해외 경쟁 당국의 승인을 얻어내며 ‘9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 결합이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동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3일 유럽연합(EU)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손을 들어줬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업계는 안팎으로 EU 승인이 이례적으로 빨리 이뤄졌다며 공정위의 심사 결과에 따라 한국 방산업과 조선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문제는 공정위가 심사 지연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점이다. 방위사업청마저 지난달 15일 방산업체 매매 ‘승인’ 의견을 보내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특별한 반대 입장도 내놓지 않았는데 공정위만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에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정위 측은 심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한화와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협의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는 설명과 함께 "경쟁제한을 해소할 수 있는 자진 시정방안을 당사자들과 마련 중"이라며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화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 협의 중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특히 "시정조치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회사 입장을 묻거나 관련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 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에 나서면서 공정위의 해명에도 의혹만 남게 됐다. 항간에서 ‘안방에서 발목 잡는다’라는 비판에 공정위가 급하게 면피용 입장을 낸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업계는 물론,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전 세계가 안보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상황에 우리나라 역시 방산력을 제고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은 현 시점에 양사간 결합이 빠르게 이뤄져야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도 지킬 수 있게 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현재 우리 방산과 조선업의 위상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방산, K조선의 경쟁력이 공정위의 늑장으로 약화됐다’는 책망이 나오지 않도록 공정위의 빠른 결정이 이뤄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