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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명동 일대가 주말 나들이와 한국 관광을 즐기는 인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이진우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김유승 기자] "올해 1∼2월부터 일본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중국 본토를 제외한 홍콩·대만 등 중화권 관광객들도 부쩍 눈에 많이 띄어요."
3월의 마지막 주말인 25일 낮 12시 서울의 대표상권인 명동 메인거리에서 광고 전단지를 배포하던 50대 일본인 여성 A씨는 최근 명동이 코로나19 팬더믹 이전처럼 붐비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관광객이 아닌 한국 거주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A씨는 명동 거리에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하고 있어 올 들어 명동 일대의 변화된 모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특히, 주말이면 명동을 찾는 유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낮과 밤 시간대 구분 없이 코로나19 기간 거의 자취를 감췄던 길거리 매대도 현재 몇 배로 늘어나 거의 예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 같다"고 전했다.
◇ 명동 메인거리·골목길 매장, 길거리음식 노점마다 ‘인파 북적’
약 3년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 방역조치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던 ‘대한민국 대표상권’ 명동이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일상회복 전환 이후 출입국 규제가 단계적으로 풀리면서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한류의 나라’ 코리아를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명동 방문객들도 덩달아 거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시간대 명동 메인거리를 비롯해 주요 골목상권 도로는 가족이나 친구들로 보이는 국내외 방문객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거나 쇼핑 또는 스트리트 푸드(길거리 음식)를 즐기고 있었다. 인파가 많다 보니 골목마다 고객들을 잡으려는 상인들의 분주한 호객 모습도 띄었다.
이처럼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장품·패션 등 ‘쇼핑1번지’로 불렸던 명동의 상권 회복세도 뚜렷해 보였다. 코로나19 기간 중 텅 빈 매장에 음악만 울려 퍼졌던 풍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명동 일대 매장들은 고객맞이에 여념이 없었다.
막 고객 응대를 끝내고 다시 상품 진열을 정리하던 한 화장품 로드숍의 40대 점장 B씨는 "코로나 전만큼은 아니지만 확산세가 거셌던 2020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2∼3배는 올랐다"면서 "평일에는 내국인 직장인, 주말에는 외국인 고객의 비중이 높은 편이며, 특히 저녁 장사가 더 잘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K-팝 팬들의 성지 중 하나로 여겨지는 만큼 명동 거리 곳곳에서 한류 스타를 앞세운 마케팅도 활발했다. 이날 한 호텔그룹 기업이 운영하는 카페는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멤버인 지민의 최근 솔로 앨범 발매를 기념한 행사를 찾아온 외국인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카페 관계자 C씨는 "일본·유럽 관광객들이 매출을 견인하며 호텔·카페 매출액 합산으로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90%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라며 "자릿세 같은 경우 코로나 때 많이 낮아졌지만 요새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코로나 이전 대비 70~80% 수준"이라고 알려줬다.
오후 4시쯤 둘러본 명동거리 안쪽에 위치한 식당·주점들은 저녁 장사 준비로 분주했다. 상권 부활 조짐과 함께 ‘큰 손’인 유커(游客·중국 관광객)의 귀환도 예고돼 매출 확대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가게 주인들은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이달 1일 중국발 입국자의 PCR(유전자증폭) 검사 의무도 해제된 데다, 지난 11일부터는 중국·홍콩·마카오발 입국자의 입국 전 검사·큐코드 의무화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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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서울 명동 한 상점 앞에서 외국인들이 음료를 사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진우 기자 |
◇ 명동 일대 호텔·대형 패션브랜드도 속속 복귀…‘中관광객 복귀’ 기대감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월간 150만명 수준이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21∼2021년 1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올해 1월 43만명대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2019년 월간 50만 명 안팎이던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 1월 2만5000명에 그쳤다.
명동에서 12년 동안 한식집을 운영 중인 업주 D씨는 "저녁 시간대 회식 등 내국인 직장인 중심으로 음식을 판매하면서 식당을 유지해 왔다"면서 "1~2월부터 슬슬 관광객 수도 회복되는 추세인데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오는 것이 (명동상권 완전회복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상권 활성화와 함께 기존 주력 매장들과 신규 지점들도 속속 입점하는 실정이다. 한때 명동 상가 공실률은 60%에 육박하며 침체기에 빠졌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42.4%로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께 명동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의 15층짜리 복합 건물에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의 호텔 ‘르메르디앙&목시 서울 명동’ 이 새로 문을 열었고, 이어 아디다스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도 대규모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철수했던 다이소 명동역점은 다시 이달에 복귀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뿔뿔이 흩어졌던 소형 노점상들은 속속 명동거리로 돌아오는 추세다. 명동 골목에서 양말 매대를 운영하는 60대 E씨는 "해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철수했던 노점상들이 메인거리 기준으로 70~80% 돌아온 상태"라며 "당장에 유커 유입 효과는 못 보고 있지만 일본·동남아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매출이 확연히 늘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