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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은행회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차, 금융정책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그리고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정책이었다.
특히 A교수는 실리콘밸리은행 지주사인 SVB파이낸셜그룹(종목명 SIVB) 주가가 작년 1월부터 연말까지 계속해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시장은 SVB의 리스크를 인지했음에도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SVB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기 불과 일주일 전, 특화전문은행 모델로 SVB를 언급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3월 2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을 두고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한다’고 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SVB와 같은 특화은행, 스몰라이센스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현 당국의 주장이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등 잇따른 파산 여파에도 당국은 "당초 계획대로 6월 말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규제 개선에 대한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의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주문은 조금도 지나침이 없다. 최근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은행 시스템 위기가 확산되는 형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의 총자산이 2500억 달러를 하회하면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것은 국내 은행과 당국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즉 우리나라 은행이 위기의 진원지로 전락하지 않은 것은 당국의 엄격한 건전성 규제 덕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은행 위기설이 증폭되는 현 상황에서, 5대 은행의 경쟁 체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당국의 정책은 갈수록 의문이 든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마저 UBS에 인수된 것은 아무리 덩치가 큰 은행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런 와중에 은행을 더 늘린다는 당국의 정책이 앞으로 금융소비자와 대한민국 금융 발전에 어떠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인가.
정책의 유연성과 아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당국이 현장의 의견을 듣고, 상황에 맞지 않은 정책들을 수정하겠다는 것은 비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은행을 향한 당국의 회초리가, 향후 금융시스템 위기와 붕괴의 진원지가 된다면 그 정책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지금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은행권에 대한 관리 감독 완화이지, 경쟁체제 완화가 아니다. 전 세계 금융권의 위기에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