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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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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 딸 성폭행·살해 누명에 100억 받았던 美 아빠, 중앙선 넘은 차에 사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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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살해 누명을 벗고 시카고 윌카운티 법원을 걸어나오는 케빈 폭스.시카고트리뷴/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3살배기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했던 미국 남성이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20년 전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카고 남성 케빈 폭스(46)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폭스는 지난 20일 오후 아칸소 주 농촌 센터빌 인근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량과 정면충돌해 숨졌다.

아칸소주 경찰은 "교통사고 당시 현장 인근 날씨는 맑고 건조했다"며 픽업트럭을 몰고 가던 폭스와 사고를 낸 승용차 운전자 모두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폭스는 시카고 교외 윌 카운티에 살던 2004년 6월 딸 라일리를 잃는 악몽을 겪었다.

자택에서 잠자던 당시 라일리가 갑자기 사라져 성폭행을 당하고 덕트 테이프로 묶인 채 근처 개울에 버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때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딸 살해·성폭행 혐의로 폭스를 기소·수감했다.

당시 검찰은 폭스가 동영상을 통해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영상은 딸이 방문에 머리를 부딪혀 숨졌고, 납치로 꾸미기 위해 시신을 유기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폭스는 "강압 수사·유도 신문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이후 뒤늦게 실시된 유전자(DNA) 분석 결과에서 폭스가 범인이 아닌 사실이 입증돼 8개월 만에 출소했다.

결국 검찰은 6년 만인 2010년 폭스 가족 이웃에 살던 성범죄·강도 전과자 스콧 에비(51)를 용의자로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에비는 당시 술과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 폭스 가족의 집을 털기 위해 방충망을 찢고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이때 잠들어 있는 라일리를 발견, 성추행을 목적으로 납치했다는 것이다.

에비는 "라일리가 숨지기 전 ‘아빠에게 데려다 달라’는 말을 했다"고도 털어놓았다. 그는 유죄 확정 후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시카고 트리뷴은 사건 발생 당시 라일리 사체를 수습한 곳 근처에서 재소자용 신발 한 켤레가 나왔고 그 안에 에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사 당국이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폭스 변호인단은 "초동 수사 당시 DNA 검사·분석을 요구했으나 거절됐다"고 주장했다.

폭스는 2007년 윌 카운티 사법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800만 달러(약 10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시카고 NBC방송은 이후 폭스가 아칸소 주로 이주해 재혼해서 세 자녀를 낳고 개인사업을 운영하며 살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결국 비극적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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