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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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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골프 치는 미국인들, 급증 비결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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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파트에서 업무하는 남성.AF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대중화한 원격근무로 인해 미국인들이 새로운 ‘오후 일상’을 맞이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서비스 업계가 피트니스·미용 등을 중심으로 ‘오후의 즐거움’ 경제 태동을 목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평일 오후 시간대 수요가 급증하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직장인들은 상당 수는 원격근무 도입으로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대학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미국 상근직 노동자의 4분의 1이상이 집에서 정보통신기기를 활용해 근무하고 있다. 원격근무와 회사 출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에 새벽이나 저녁에 업무를 처리하고 낮 시간대에는 개인 시간을 갖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위치기반 정보분석 기업 인릭스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선 평일 오후 골프장 이용이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뉴저지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조엘 무어는 제약사 임원과 변호사 등 고객 상당수가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중 업무를 마치고 점심때부터 골프를 친다고 전했다.

그는 "몰래 빠져나오는 게 아니다. 일을 모두 끝내지만 통상적인 시간대가 아닐 뿐"이라고 말했다.

NYT는 뉴욕 일부 골프장이 비(非)프라임타임 요금을 20%가량 인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피트니스·미용 분야 플랫폼 기업 클래스패스는 예약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가 2019년 오후 6시에서 2022년 낮 12시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요가 프랜차이즈인 Y7에서도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 수업 신청 급증이 나타났다.

미국 7개 도시에서 10개 실내암벽등반장을 운영하는 업체 볼더링프로젝트는 일부 시설이 주중 내내 꽉 차 있다고 전했다.

화상회의 사이사이 암벽을 타거나 운동을 하는 원격근무 직장인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볼더링프로젝트의 워싱턴DC 지역 부총지배인인 타일러 키보키언은 인공암벽 바로 앞에서 변호사와 공무원들이 메모를 작성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여기를 자기 사무실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뉴욕 브루클린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헤어 스타일리스트 첼리언 피게로아(25)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평일이 훨씬 바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후 4시 시간대는 항상 예약이 꽉 찬다고 전했다.

피게로아는 노트북 컴퓨터로 업무를 보면서 머리 손질을 받거나 비닐 헤어캡을 쓴 채 화상회의를 하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앉아서 전문적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영향으로 3년 전부터 직장인 수백만명이 원격근무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오전 5시부터 회사일을 하거나, 저녁 늦게까지 업무를 보는 대신 낮에는 장보기나 반려견 산책, 운동 등 개인 시간을 갖는 이들이 늘었다는 게 NYT 설명이다. 전통적인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공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후 5시 이후 일하는 사람 수가 과거보다 28% 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전통적으로 제조업에 비해 성장 속도가 느렸던 쇼핑, 엔터테인먼트, 미용 등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산업은 주 고객층이 낮 시간대 직장에 묶여 있다는 점 때문에 생산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원격근무 대중화로 근무시간이 탄력적으로 바뀌면서 이 제약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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