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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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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만큼 똑똑한데..."차라리 때려죽여라", 세계최초 문어 양식장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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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이미지.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세계 최초 문어 양식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BBC는 16일(현지시간) 스페인 수산업체 ‘누에바 페스카노바’가 매년 약 100만 마리 문어를 식용으로 양식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시민단체 ‘유로그룹 포 애니멀’을 통해 누에바 페스카노바 기밀문서를 입수했다.

문서에 따르면, 이 기업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그란카나리아섬에 수조 약 1000개를 갖춘 2층 건물 양식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문어 3000t(톤)을 생산해 한국, 일본, 미국 등 프리미엄 시장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문어는 아시아, 지중해 등 세계 곳곳 식탁에서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집중 양식된 적은 없고 보통 야생에서 통발 등 어구로 잡힌다.

문어 양식법 연구는 수십 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다만 문어 생태 환경이 워낙 까다로워 마땅한 양식법을 개발하기 어려웠다.

이 가운데 누에바 페스카노바는 지난 2019년 획기적인 문어 양식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BBC는 이 회사 양식 방법이 문어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어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 있기 좋아하는데, 이 회사 양식장에서는 한 수조에 문어들이 함께 계속해서 빛을 쬐며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건은 또 이 양식장 문어들을 영하 3℃ 얼음물에 넣어 서서히 죽이는 방법도 언급했다.

이에 과학자들은 이런 방법으로는 문어가 오랜 시간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경학자인 피터 처 다트머스대 교수는 "얼음물로 도살되는 문어들은 서서히 진행되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잔인하며, 허용돼서는 안 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어는 고양이만큼 똑똑하다"며 차라리 어부들 방식처럼 몽둥이로 머리를 때려서 죽이는 것이 더 인간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생명과학 철학자인 조너선 버치 런던정치경제대 부교수는 문어도 고통과 기쁨을 느끼는 ‘지각이 있는 동물’임을 나타내는 연구가 300건을 넘는다고 전했다.

버치 부교수는 "문어의 복지를 보장하면서 양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얼음물에서 죽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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