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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산업부 기자 |
"물은 들어왔는데 노를 저을 사공이 없는 격이다."
우리 조선업계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 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선박발주의 74%를 수주하며 신바람을 냈다.
그런데 정작 선박을 만들 사람이 없다. 산업부는 올해 말까지 조선업 생산 인력은 1만4000여 명 부족할 것이라 발표했다.
조선소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한 만큼에 대한 대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제조업조사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조선업 종사자 1인 평균 임금은 4340만원으로 제조업 평균(2910만원)의 1.5배 수준이다. 하지만 조선업 평균 임금은 장기간 불황으로 2019년까지 우하향했다. 2020년 기준 조선업 임금은 4620만원으로 전년 대비 600만원 올랐지만 제조업 평균(478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3D 업종이다. 어렵고·더럽고·위험한 일이다. 공장 내 작업이 적고 옥외 작업 비중이 높은 만큼 날씨에 영향도 많이 받는다. 임금도 더 많고 덜 힘든 제조업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조선하청지회 역시 "하청노동자의 저임금이 인력난의 핵심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조선사들이 임금을 깎으며 본인 배만 불린 것도 아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카타르프로젝트로 수주 호황이 찾아왔을 때도 조선사들은 조 단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특성상 선박의 인도시기에 대금을 지급받고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선박의 건조 기간은 짧게 잡아도 2∼3년이다.
일은 많아지는 데 임금은 적으니 인력은 빠져나가고 노사 갈등도 재점화됐다. 많은 수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그나마 대우가 나은 한국조선해양 혹은 타 제조업으로 이직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파업의 여파로 수 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사들은 올해 흑자를 자신하고 있지만 평균 임금이 올라오는 데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정부가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고용부는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을 통해 2년간 모든 하청근로자에게 400만원을 지원하고 임금을 최저임금 120% 이상으로 지급할 경우 기업에 월 100만원씩 채용장려금도 줄 계획이다.
정부가 2년이라는 시간을 제공했으니 이제는 조선사들이 바뀔 차례다.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사업전략을 마련하고 ‘고노동·고임금’의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2년 후에는 정말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2년 뒤에도 우리나라가 조선업 세계 1위의 위상을 뽐낼 수 있기를 바란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