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정훈식

poongnue@ekn.kr

정훈식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전기요금 얼마나 내세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12 08:00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독자 여러분은 한달에 전기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주변에 물어보면 자신이 내는 전기요금이 얼마인지를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대략 세 부류로 나뉜다. 아예 가사에선 뒷전에 있는 사람이거나 아랫돈이 숨을 못 쉬어 푼돈 나가는 데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 그리고 고지서에 찍힌 걸 보기는 했지만 그리 큰 액수가 아니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거용으로 한달 평균 423kWh의 전기를 쓰고 5만2573원의 이용료를 낸다. 4인 가족 세대의 경우 보통 한달에 300kWh정도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4만~7만원의 전기요금을 부담한다. 우리는 이 전기로 불을 밝히고 냉장고와 청소기,세탁기를 돌리고 텔레비전, 컴퓨터를 이용하고 요즘은 취사와 난방까지 활용 범위를 늘리고 있다. 실로 현대인의 생활은 전기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전기가 없는 우리네 삶은 농경사회의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혜택을 브랜드 커피 20잔도 안되는 비용으로 맘 껏 쓰고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행복하기만 한 일일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 수준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자.주택용의 경우 독일의 약 1/3, 일본과 영국의 약 1/2 수준으로 OECD에서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나라보다 싸다. 미국·캐나다와는 비슷한 수준인데, 이들 국가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가 풍부해 발전 비용이 우리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원의 93%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인 데도 전기요금은 산유국 수준인 셈이다. 산업용도 이탈리아의 절반 수준으로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낮고 산유국인 미국과 캐나다, 신흥공업국인 중국보다는 조금 높은 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 소비대국이 되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보다 GDP가 2.5배에 달하는 독일보다도 연간 1200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더 썼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난해 전체 수입액의 26.1%인 1908억 달러(247조원)어치의 원유·가스·석탄을 수입했다. ‘물 쓰듯 한다’는 말은 물 값이 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건 에너지 수입국 답지 않게 에너지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여 에너지의 수입액을 줄이는 것, 이것이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에너지 소비의 10%만 절감해도 연간 약 25조원을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에너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서다. 전기요금이 싸니 굳이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으며, 열량에 비해 전기를 만드는 화석연료보다도 저렴하니 용광로도 전기로로 대체하고 난방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에너지 원단위는 경쟁 상대인 일본과 독일의 2배 수준이다. 즉, 1000달러의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우리는 7.18GJ의 에너지를 쓰는 데 비해 일본은 3.79GJ, 독일은 3.44GJ을 사용할 뿐이다. 우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그 첫걸음이 바로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달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는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줄이겠다"고 천명했다. 열흘 뒤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6000원의 영업손실이 났다면서도 요금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선거를 치러야 하고 여론을 살펴야 하는 집권세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불합리한 요금 정책을 바로잡을 시기를 또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것이 안타깝다.

전기요금 현실화는 한전 적자 차원을 넘어서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요금 현실화는 에너지 수요의 저감과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요금 현실화로 타격을 입는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원하는 현 제도를 확대하여 대응할 수 있다. 이 문제는 1970년대 산업화 시기부터 누적되어 온 것이기에 단기간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도 인플레를 내세워 속도 조절부터 이야기 하는 까닭이기도 한다. 그래서 국민의 이해와 중기계획 수립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하다. 늦어질수록 어느 정부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정부와 국민이 머리를 맞대어 숙의하는 자리를 이제는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