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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3년 동안의 힘겨웠던 마스크 생활도 이제 종착역을 향하여 가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것이 사는 이치이듯이 이제는 경제가 문제다. 서민 물가는 계속 올라서 소주 가격이 6000∼7000원 하는 일부 식당들까지 등장한 가운데 정부와 주류 업계가 추가 인상을 안 하겠다고 하여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서민은 불안하다. 여기에 가스나 전기요금 인상도 서민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국제 유가의 원리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가격 상승에는 유독 민감하다. 그러니 오랫동안 정부나 한전의 고민은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작년 말 정부는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발표하였다. 2017년부터 2021년 동안 재생에너지 설비는 18.3 GW로 과거 2012년부터 2016년 대비 3배 이상 보급이 확대되었다. 2021년만 놓고 볼 때 재생에너지 발전비중도 6.3%로 2017년 대비 2배 상승하였다. 꽤 빠른 시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소규모에 유리한 정책으로 인한 낮은 비용 효율성 문제, 전력계통을 고려하지 않은 보급으로 송변전 설비 증설 등 계통 부담이 가중된 문제, 농지에 설치하거나 주민간의 갈등으로 인한 주민수용성 문제, 안전성 문제, 그리고 태양광 중심으로 추진하다 보니 국내산 제품보다는 중국산제품 점유율이 월등이 확대됨으로써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약화된 문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우선 신재생 에너지 보급 목표를 21.6%로 조정하였다. 올해부터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의무비율이 하향 조정되고 장기적으로는 RPS 제도를 폐지하고 경매제도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비율도 2030년 60대 40으로 풍력 비중을 늘린다. 기업에게는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사용) 기업 협의체-얼라이언스(Alliance)’를 구성하도록 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풍력발전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입찰 제도를 도입 확대하고 대형터빈, 핵심부품 등의 핵심 기술을 국산화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발전사업 허가시 계통 관련 심사요건을 강화하며 발전소 근처 주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주민참여 사업제도를 개편하여 주민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도 산업단지 공장·주차장, 용·배수로 등 유휴부지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개선 정책은 대체로 맞는 방향이다. 그러나 진정한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명심해야 할 것도 있다. 우선 태양광·풍력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수열이나 바이오 매스 에너지, 연료전지 같은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계통 확보의 문제다. 아무리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해도 이를 수요처로 보낼 수 있는 계통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 더러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선 계통 후 발전’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 이것은 전력 공급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는 녹색 금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사업, 온실가스 감축이나 흡수 및 이산화탄소 이용 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계는 단기 수익보다는 공익적 기능도 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필요하다면 주주권을 발동하여 에너지와 금융이 지속가능하고 공익성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국산화를 위하여 획기적인 정책과 기술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태양광 시장은 누구를 위한 시장이었는지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책의 신호가 부디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야 민간이 투자한다. 이제 더 이상의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정책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