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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왼쪽부터),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 어진 전 안국약품 부회장. 사진=각사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제약·바이오업계에 창업주 CEO의 경영일선 복귀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체질개선과 퀀텀 점프를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내부 요청에 따른 경영 조치로 풀이된다.
7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일 각 계열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정진 명예회장을 사내이사 겸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계열사별 주주총회에서 나란히 안건이 승인되면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비롯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3사의 2년 임기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으로 선임된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경영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셀트리온 경영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다시 현직으로 돌아와 ‘소방수’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서 회장의 경영복귀는 셀트리온그룹이 스스로 중대한 전환점에 놓였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 강자인 셀트리온은 올해 초부터 ‘신약개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월 영국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개발회사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직접투자해 차세대 항암 신약 플랫폼으로 불리는 ADC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내 항암 바이러스 개발회사 ‘진메디신’과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 암세포에 침투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항암 바이러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에서 신약개발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서 회장이 다시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기대되는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SC’의 미국시장 안착을 위해서도 서 회장의 노하우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경제위기 뿐 아니라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번 선임안이 최종 확정되면 서 명예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세계적인 경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기기 전문기업 바이오노트는 바이오노트와 에스디바이오센서 창업주인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의 바이오노트 경영일선 복귀를 예고하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의결되면 조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바이오노트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사임한 이후 2년만에 바이오노트 경영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업계는 바이오노트가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실적이 악화되자 조 회장이 구원투수로 재등판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바이오노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797억원, 영업이익 3098억원, 당기순이익 316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22.9%, 22.9%, 53.3% 감소했다.
이밖에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은 지난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안건이 의결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지 약 10개월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 3월 고 어준선 회장과 어진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원덕권 대표를 필두로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어진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한 후에도 안국약품은 원 대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경영자문 등에서 어 부회장의 조력을 받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 엔데믹과 글로벌 고금리 등 국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국내외 신약개발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에서 전문경영인의 판단력 못지않게 창업주(오너)의 리더십도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