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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의 프레시 매니저가 냉장카트를 이용해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고 있다. 사진=hy |
[에너지경제신문 조하니 기자] 베이색 복장에 안전헬맷을 쓰고 매일 전동카트로 주택가를 누비거나 지하철역과 동네시장 입구 주변에서 야쿠르트를 판매하는 ‘아줌마’들이 있다.
지금은 ‘프레시 매니저’라는 다소 고상하고 생소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다름아닌 유통 전문기업 hy(옛 한국야쿠르트)의 방문판매원인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가 그 주인공들이다.
1971년 8월 처음 소비자들과 마주한 이후 프레시 매니저들은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 현재까지 ‘야쿠르트 판매 명성’과 ‘배달판매원 자존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운 방문판매로 빠르게 소비자 인지도를 쌓은 대면 마케팅의 대표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야쿠르트 아줌마의 50년 이상 장수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프레시 매니저들은 모두 개인사업자로 제품 판매액의 약 25%를 수수료로 받는다. 개인사업자 형태이나 일부 구역을 인수받아 판매를 하는 덕분에 안정된 수입과 유연한 근무시간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판매력 향상을 위해 실적과 활동기간 등을 기준으로 상금·해외연수 같은 hy의 인센티브 지원이 더해져 종사자의 의욕 고취 또는 프레시 매니저 구직을 원하는 주부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2000년대로 접어들어 대형마트의 등장과 고객 소비유형 변화, 온라인 구매 빈도가 늘면서 입지를 위협받기도 했지만, 잽빠르게 전문 배송인력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즉,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배송품목을 발굴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면서 경쟁력을 키워온 것이다. 사업 초기 발효유 등 유제품에 그쳤던 판매 제품군이 현재 샌드위치·밀키트·샐러드·죽 등으로 늘어나 소비자에 폭 넓은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다.
hy도 2021년 종합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선포한데 이어 지난해 5월 ‘프레딧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며 프레시 매니저의 배송 경쟁력 유지와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프렛딧 배송은 프레시 매니저의 인적 네트워크와 hy 온라인몰을 연계해 물류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식품기업의 제품을 대신 배송해 주는 서비스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부터 사업을 본격화한 이후 11월 말까지 누적 배송량만 100만건에 이르며, 면도기·신용카드·커피원두·화장품 등 다루는 품목도 더욱 다양해졌다고 hy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법 개정으로 한우 등 축산물·식육가공품 판매도 가능해져 조만간 고기 배달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지난 2일 식약의약품안전처가 우유 배달 냉장카트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축산물의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개정·공포했기 때문이다.
hy는 추후 냉장육 배송에 따른 제품군 확대와 함께 오는 5월 충남 논산 새 물류센터 완공으로 연간 프레딧 배송처리 물량을 500만건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hy 관계자는 "냉장육 등 축산물도 신선도 유지가 중요하다"며 "자체 풀 콜드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냉장 보관이 가능한 축산물을 고객에게 안전한 상태로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업 구상이 가능한 배경에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동반자이자 ‘굴러다니는 냉장고’로 불리는 전동카트 ‘코코(CoCo, Cold&Cool)’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 야쿠르트 아줌마 시절 유제품 배달을 시작한 당시에는 보냉가방에 제품을 운반하다가 이후 손수레와 자전거로 바뀌었고, 이어 2007년 기존 손수레 바퀴에 모터·배터리를 추가한 전동카트가 처음 도입됐다. 이 전동카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2014년 선보인 탑승 가능한 전동카트 ‘코코’였다.
코코는 220ℓ 대용량 냉장고가 탑재된 냉장 전동카트로, 한 사람을 태운 채 최고시속 8㎞로 이동할 수 있으며, 그늘막 겸 방풍막도 달려있어 햇빛과 비를 차단해 프레시 매니저의 건강 관리에 도움을 준다.
hy는 코코 도입으로 프레시 매니저의 활동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카트 개발을 위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2017년 안전성과 내구성을 보완한 새로운 디자인의 2세대 모델을 내놓은데 이어 2021년 신형 3세대 ‘코코 3.0’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코코 3.0은 적재 용량을 기존 220ℓ에서 260ℓ로 20% 증강했고, 추돌방지센서와 전자식 잠금장치 등 편의성과 안전성을 높인 것이 장점이다. 프레시 매니저들은 코코 이용료로 매월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있으며, 차량 사고 보험 처리는 hy가 보험사와 계약해 지원하고 있다.
hy는 오는 2026년까지 현재 프레시 매니저가 이용하는 2세대 모델을 3세대 모델로 전량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카트 한 대당 가격만 1400만원으로, 총 15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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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의 냉장 전동 카트 ‘코코 3.0’. 사진=hy |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