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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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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 속도 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7 08:54

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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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기후변화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온난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각국이 전기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전기화란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테면 열차나 버스, 승용차 등 운송수단을 전기 운송수단으로 바꿔 운행하거나 가정에서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기를 최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를 발전 이외의 부문, 이를테면 운송이나 산업현장, 사무실, 가정 등에서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전기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을 가능케 하는 측면도 있다. 전기화는 생산 자동화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여주므로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우리에게는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다. 전기 이용 기술은 연소를 수반하지 않고 온도나 습도, 조명 등의 제어성이 높아 직장이나 가정 내 사람의 컨디션이나 집중력에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재 세계 190여개 국가들은 2050년 쯤을 탄소중립 달성 목표 해로 정해 놓고 있다.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흡수하는 온실가스 양을 동일하게 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쉬운 게 아니다. 현재 각국이 유엔에 제출해 놓은 감축 목표치(NDC)를 다 합해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감축 목표치와 큰 격차가 발생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탄소중립 달성 경로에서 벗어나게 되면 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수준으로 억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가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에 잠시 줄었던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이후 다시 늘고 있다.

결국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하며, 그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전기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2.1% 증가했다. 현재는 약 20%인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까지 약 30%로 연평균 3.5%씩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화의 속도는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특히 미국과 EU는 에너지효율 향상과 유리한 기후 조건으로 인해 2000년 이후 최종 에너지 수요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포인트 증가하는 등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은 이 비중이 11%에서 22%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하는 등 역동성이 훨씬 강하다.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 국가인 중국의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 억제에 고무적인 일이다.

우리는 어떤가. 현 정부 들어 새 에너지정책 방향에 맞춰 수립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전기화가 고려돼 전력수요가 예측됐다고 하지만 과소평가된 느낌이다. 계획기간(2022~2036년)중 전력 목표수요가 553.1TWh에서 597.4TWh로 연평균 0.6% 증가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전기화에 의한 전력수요가 미흡하게 반영됐다고 여겨진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 전기화에 의한 전력 수요는 약 15TWh로 전력 목표수요량 703TWh의 2.4%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 수준보다 매우 낮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청정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일이다. 석탄발전이나 가스발전과 같이 탄소배출계수가 높은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나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입지나 일사량, 풍량 등 자연여건, 주민반발 등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으므로 원전의 적극적 활용이 불가피하다.

다른 하나는 발전 이외 분야의 전기화를 촉진하는 시책을 적극 시행하는 일이다. 여러 부문 중 세계적으로 전기화의 비중이 가장 낮은 운송 부문의 전기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생산 프로세스의 동력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출력 제어하기 보다는 이를 소비하는 주체에 ‘플러스DR(Demand Response)’을 적용하며, 수전해를 통한 수소제조에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지만 친환경적인 수소환원제철의 실용화와 히트펌프에 의한 냉난방 확대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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