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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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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의 위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6 10:39

김희집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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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과연 지금만큼 어려운 때가 있었을까?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이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위기 요소는 안타깝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선 지난해 석유·가스·석탄 등 3대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데만 240조원 이상을 썼다. 같은 해 무역수지 적자액(약 60조원)의 4배에 달한다. 3대 화석연료 수입이 25%만 줄었어도 무역적자를 해소했을 수 있다. 에너지 수입 금액이 크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가 그만큼 취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과 가스 분야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높아진 원가를 소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많은 에너지 기업들이 애꿎게 고스란히 그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최근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원가에 한참 못 미치는 일부 금액만 올렸는 데도 국민과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과 가스 요금 상황과 도매가격이 소매가격보다 높은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가장 큰 과제다.

늘어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는 송배전 계통을 어떻게 확충할지도 과제다. 정부는 최근 내놓은 제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믹스 비중을 현재의 34.5%에서 2030년 54%, 2036년에는 65.2%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수요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전을 많이 하기 때문에 먼 거리 연결을 위해 많은 송배전 계통 확충이 필요하다. 더구나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모두 수요 변동에 맞춰 발전량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경직성 전원이어서 더 많은 계통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발전 시설량 대비 발전량이 구조적으로 적어 더 많은 송배전 계통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송전선 건설은 투자 재원을 떠나 민원이 많아 제 때 건설하기가 쉽지가 않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참으로 에너지 산업에는 어려운 과제다. 가장 중요한 경제성 측면만 봐도 충분한 고려 없이 너무 쉽게 약속을 함으로써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예상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오랜 기간을 사업을 유지해 온 기업들은 이 계획이 비현실적으로 목표 달성을 믿지 않고 있고 믿고 싶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경제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반드시 달성하여야 하는 약속인데, 당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달성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원자력의 수출 진흥, RE100, 분산에너지의 증가, 송전 제약 등 에너지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정책과 관련 제도의 입법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한동안 에너지의 대종을 이루었던 화석연료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 전반의 변화에 걸맞는 새로운 법안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탈 원전 논란과 함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정치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한 새로운 법안들이 정치권의 이해와 민원에 발목이 잡히며 정책 수행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지원은 기업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하여 많은 사업투자의 지연을 초래하는 실정이다.

에너지산업 자체의 발전도 큰 과제다. 대한민국의 많은 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했지만 에너지 산업은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많은 분야에서 상당한 건설 및 운영 능력을 갖고 있지만 해외 수출에 대한 기여는 대단히 미미하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배터리와 양수발전, LNG, 가스 발전 및 VPP 등의 전력 신사업에서 해외 수출이 많이 일어나도록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은 많은 개선 과제를 안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많은 이슈들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하나 하나를 칸막이하여 프로젝트 단위로는 풀기가 어렵다. 에너지 각 분야의 핵심 이슈를 전체적으로 통합하여 프로그램 단위의 기획과 종합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정부와 입법부가 에너지산업의 위기 극복에 더 적극적으로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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