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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치·목동 학군지 전세 인기 ‘시들’…갱신계약도 5억원 뚝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01 09:25

통상 3월 새 학기 전세난 있지만 올해는 달라



임차인이 갑…계약갱신청구권 없이도 가격 낮춰



고금리에 전세 수요 감소·강남 대단지 입주 여파

부동산

▲전세 가격 하락세가 가파른 가운데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전월세 상담 환영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김기령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즌이지만 서울 주요 학군지 전세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1, 2월에는 개학을 앞두고 이사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대치·목동 등 학군지를 중심으로 전세난이 거세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금리 인상에 전세 수요가 월세로 옮겨간 데다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전세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 1월 전세 14억원에 계약됐는데 종전 계약인 지난 2020년(20억4000만원)보다 6억4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동일면적 전세 최고가는 지난 2021년12월 기록한 21억8000만원으로 1년여 만에 전세 시세가 7억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신규계약뿐만 아니라 임차인이 동일한 갱신계약에서도 전세 가격 하락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9일 12억8000만원에 전세 갱신계약을 했다. 지난 2021년에 성사된 종전 계약이 17억5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4억7000만원이나 낮추는 데 동의한 것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3단지 전용 70㎡는 지난 2021년2월 전세 8억원에 계약했으나 지난달 18일 이보다 2억5000만원을 내린 전세 5억5000만원에 갱신계약을 체결했다.

목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가격을 낮춰주지 않으면 더 저렴한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게 보증금을 달라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고 집주인들은 당장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보니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임차인이 갑인 분위기라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많이 줄었다"고 귀띔했다.

임차인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지난 2020년8월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건수도 감소하는 양상이다. 굳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아도 임차인이 저렴한 가격에 전세계약을 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의 갱신청구권 사용은 역대 최저치인 6574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1만4119건) 대비 53.4% 감소한 수치다.

아울러 전세 가격 하락에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인 전세가율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1.2%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11월(53.9%) 이후 매월 낮아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세가율이 5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미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42.5%), 송파구(45.3%), 서초구(45.9%), 양천구(49.1%)는 50% 이하를 기록하는 등 전세가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포동아이파크공사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사진=김기령 기자


올해 강남 일대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대거 예고된 점도 전세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내 3만4000가구가 신규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이달 3400여가구 규모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를 시작으로 오는 5월 대치푸르지오써밋(489가구), 오는 8월 반포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강남권역에만 7000가구 이상이 공급되는 셈이다.

개포동 B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새 학기 이주 수요는 이미 12월과 1월 중으로 다 마무리가 된 상태로 오히려 학기가 시작하는 3월은 잠잠한 편"이라며 "그래도 강남 아파트 입주 여파로 상황이 역전됐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웬만하면 임차인이 원하는 가격에 보증금을 맞춰주려는 분위기라서 전세 가격은 당분간 낮게 유지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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