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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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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태양광 300GW 시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2.27 09:56

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에너지전환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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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 탈탄소 시계를 앞당겼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고 인플레이션 심화와 에너지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그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져 역대 월별 최대 무역적자와 1월 난방비·전기요금 폭탄의 원인이 되었다. 피에르 올리비에 고린차스 IMF 수석경제학자는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많은 이들에게 2023년은 불황과 같이 느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바로 옆에서 터진 전쟁 영향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을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계획을 법제화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했고 그 핵심 수단은 풍력과 태양광이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2년 하반기 태양광산업 동향’ 보고서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을 지난해 대비 20% 성장한 320GW로 예상했고 이는 태양광 신규설치 300GW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많은 보고서 및 분석에서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니 1년 이상 조기 달성되는 셈이다. 2030년에는 연 500GW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각국의 재생에너지 관련 발표와 강화되고 가속화되는 정책들을 감안할 때 오히려 과소 전망되었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올해는 유럽의 ‘REPowerEU’,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효과가 본격화되는 해이고 중국도 지난 13일 국가에너지국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태양광, 풍력 설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 잠정치가 268GW, 증가율이 47%였는데 올해 갑자기 20%로 낮아진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Solar Power Europe의 연례보고서 ‘EU 시장 전망 2022∼2026’을 보면 2022년 EU는 2021년 28.1GW 대비 47.3% 증가한 41.4GW의 새로운 태양광을 설치했다. 이는 이전까지의 모든 예측을 능가한 결과로 2020년 YoY 15% 증가, 2021년 42% 증가에 이어 역대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EU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독일은 2022년 최근 10년 내 최대인 7.2GW의 태양광을 설치했으며 올해는 11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호주, 베트남, 칠레 등과 함께 태양광 중심으로 최근 3~4년 사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 한 대표적인 국가로 2022년 4GW를 추가해 국민 1인당 1000W 이상의 태양광 설치라는 놀라운 이정표에 도달하며 이 부문 1위였던 독일의 2022년 816W를 크게 추월했다. 이탈리아는 2022년 2.48GW(주거용 1.1GW)의 태양광을 설치해 누적 용량 25GW를 넘어섰고, 특히 2021년 0.9GW 대비 164%가 증가했으며, 2023~2026까지는 매년 5GW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브라질 등도 큰 폭의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호주국립대 Andrew Blakers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저거너트(Juggernaut)를 언급하면서 "머지않아 태양광이 세계 경제에서 화석 연료를 쓸어버릴 비용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하락은 태양광 설치를 빛의 속도로 빠르게 하는 동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장소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요지 인근 주택 지붕과 건물 옥상 및 벽, 주차장 등을 활용한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IEA PVPS의 ‘2022 PV 애플리케이션 동향’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설치량의 45%가 분산형이고, 2021년 신규설치 기준으로는 호주 65.4%, 독일 65.2%, 일본 54.3%, 중국 53.4%, 우리나라는 5.4%다. 분산형은 매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는 통계가 발표된 EU가 66%, 중국 67%, 브라질 69%가 분산형 태양광이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화석에너지원의 98%를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해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췄고 태양광 발전 비중을 하향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태양광 발전 대출과 관련된 전수조사에 나섰고 은행들의 태양광 PF는 급감했다. 하한제 없는 SMP 상한제가 시행되었고 에너지공단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전력통계월보(제530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7.7%다. EU 38.6%, 독일 42.9%, 중국 31.6% 등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한 수준이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글로벌 에너지 전환 트렌드에 맞춰 앞장서 이끌지, 끌려다닐지 혹은 외면하다 고립될지를 놓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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