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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냉각기 이전인 2021년 고가에 체결한 전세계약 만기가 다가오면서 이로 인해 급매물이 급증하고 집값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해 전세가격 폭락으로 급매물이 쏟아졌던 서울 송파구 대단지 ‘헬리오시티’. 사진=김다니엘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전세가격이 끝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2년 전 갭투자(전세끼고 매매)로 구매한 아파트들의 전세계약 만기 기간이 다가오면서 집값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4.55%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누적 하락률은 서울(-6.08%)·경기(-6.53%)·인천(-5.68%) 등 전국 평균보다 더 큰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전세가격 하락세는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도드라졌다.
강남구(-7.14%)·서초구(-6.24%)·송파구(-5.32%)·강동구(-6.55%) 등 강남4구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사람들)의 성지로 불리는 노원구(-6.03%)·도봉구(-5.81%)·강북구(-5.06)·성북구(-6.38%)의 전세가격 하락폭이 눈에 띄었다. 특히 서울 내 대표 학군지 중 하나인 양천구 전세가격은 올해에만 8.39% 급락하며 변동폭 최상단에 위치했다.
경기도 내 신도시 및 신축 대단지 공급이 많았던 과천(-9.65%)·시흥(-9.23%)·화성(-9.71%)·하남(-9.17%)·양주(-8.59%) 등은 서울보다 더욱 큰 하락폭을 보였다.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시기에 2년 전 고가에 전세계약을 체결한 갭투자 임대인들이 전세계약 만기 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부동산 시장에 급매물이 대거 풀리며 집값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2020년 7월말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신고제)이 시행되면서 급등했다가 지난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실제 2021년 1월 12억2000만원에 거래를 체결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 전세가격은 지난 8일 63% 이상 하락한 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개포동 ‘레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 전세매물은 지난달 18일 8억원에 거래되면서 1년 전인 지난해 1월(18억3000만원)에 비해 56% 이상 급락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일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택정책지원센터에서 발표한 ‘2023 상반기(1~6월) 서울시 임차물량 예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는 월평균 11만6343가구의 전세 물량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강남권에서만 1만4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신규입주가 예정돼있어 전세가격은 추가적으로 강하게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대규모 신규물량 및 전세만기,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며 ‘역전세난’(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상황)이 다수 일어날 경우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구매한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어 급매물이 쏟아지며 결국에는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는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갭투자를 통해 서울에 아파트를 매입한 한 30대 남성 A씨는 "2021년 큰 수익을 기대하고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지난해부터 집값과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어 "곧 있으면 전세 계약 만기 시기가 다가오는데 임차인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재계약을 부탁할 예정"이라며 "금리가 너무 높기 때문에 만약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갭투자 매물 전세계약 만기로 인한 급매물 증가가 집값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자기 자본을 이용한 레버리지의 활용이 불가능해지고 만약 갭투자자가 다주택자라면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라며 "급매물 자체가 하락거래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비중이 높아진다고 한다면 집값 하락폭 증가 및 장기화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