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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과 금리인상으로 인해 고가의 강남권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서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경매 시장에 등장한 강남권 대표 주상복합 아파트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서울 강남권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 배경에 대한 수요자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총 경매 매물 또한 해가 넘어간 지 한 달 만에 지난해 물량의 4분의 1 이상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일 경매정보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3구에서는 총 46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 중이다. 이는 지난해 강남3구에서 진행된 경매(158건)의 29%가 넘어가는 수치이다.
특히 입지가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강남구에서는 지난해 아파트 총 경매(67건)의 38% 이상에 해당하는 26가구에 대한 경매가 진행 중에 있다.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강남구 매물 중에는 도곡동 타워펠리스·도곡렉슬·삼성동 아이파크·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고가의 아파트들이 줄을 지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들 아파트는 유찰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가의 가격을 자랑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37㎡와 81㎡는 각각 29억7000만원·16억9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와 있으며 같은 동 도곡렉슬 전용면적 135㎡는 한 차례 유찰 후 34억7200만원에 경매가 진행 중이다. 강남구 내 대표 주상복합 중 하나인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면적 145㎡는 전날 52억9000만원에 신건으로 등록됐으며 유명 아파트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44㎡는 1회 유찰 후 39억2000만원에 경매에 붙여졌다.
여기에 더해 강남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104㎡이 17억856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와 있으며 똘똘한 한 채로 평가받는 대치동 우성아파트·청담동 아이파크·상지리츠빌9차 등도 낙찰을 기다리고 있다.
강남3구에 속한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각각 15·5건의 아파트 경매가 진행 중에 있다. 이 중 서초구 대표 주상복합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5㎡는 최초 경매가 42억원에서 2차례 유찰된 후 26억8800만원에 경매가 진행 중에 있어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서초구와 송파구 아파트 경매 건수가 지난해 각각 58·33건에 불구했던 것과 해가 바뀐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엄청난 수치이다.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강남권 아파트들은 비교적 좋은 입지와 똘똘한 한채 수요로 인해 빠른 낙찰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낙찰 비율은 전월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매물 125건 중 44%에 해당하는 55건이 낙찰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34건 중 24건만이 낙찰돼 낙찰률 17.9%를 기록한 것에 비해 급등한 수치이다. 서울 아파트 낙찰 건수가 50건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20년 6월(64건) 이후 2년7개월 만에 일이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강남권 아파트들이 줄지어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것이 부동산 시장 불황을 전반적으로 나타내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경매 매물 증가 현상의 주요 이유는 거래절벽과 금리인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 경매 매물 증가는 아파트 거래량 감소와 금리 상승이 주된 이유이며 유찰로 인해 경매 물건이 쌓인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강남권은 입지가 좋기 때문에 낙찰가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어 "강남권 아파트가 경매 시장에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게 되면 매매시장 최하 가격을 설정하며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난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매수 아파트들이 올해 하반기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것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매물 증가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daniel111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