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빅의 논문이 실린 재료공학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최신호 표지. 백신 접종도구의 역사가 칼, 주사에서 마이크로니들로 발전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사진=주빅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요즘 ‘마이크로 니들(미세바늘)’을 기반으로 하는 의약품 개발에 꽂혀 있다.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뿐아니라 작은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팔에 붙이는 ‘패치형’, 먹는 알약 등에 마이크로 니들을 탑재하는 신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활용법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1일 마이크로 니들 개발 스타트업 주빅에 따르면, 새로운 ‘마이크로 니들 기반 패치형 백신접종 기술’이 세계 권위의 재료공학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실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빅과 연세대 정형일 교수(생명공학과)팀이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백신이 함유된 미세한 바늘모양 구조체를 반창고처럼 피부에 붙이고 누르면 체온 작용으로 구조체가 녹으면서 백신이 피부 속으로 흡수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주빅의 신기술이 기존 마이크로 니들 기술과 차별화된 점은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한 ‘적용기(약물흡수유도기)’에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적용기는 패치(반창고) 위에 붙은 동그란 버튼으로, 무수한 마이크로 니들과 약물이 각질층을 뚫고 피부 속에 고르게 흡수되도록 해주는 장치다.
마이크로 니들 의약품은 주사제의 통증을 없애주고 상온보관이 가능할 뿐 아니라 근육보다 면역세포가 많은 피부에 약물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적용기는 구조가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마이크로 니들 의약품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왔다. 적용기 없는 제품은 미세바늘이 각질층을 뚫고 피부 속에 골고루 흡수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빅의 적용기는 엄지의 누르는 힘에 의한 탄성 변형 에너지로 미세바늘이 효율적으로 고르게 퍼져 용해되도록 설계됐다. 저렴하게 대량생산이 가능해 마이크로 니들 의약품 대중화의 길을 연 이 기술은 국내에서 특허를 획득했고 미국, 유럽 등 5개국에 특허 출원 중이다. 주빅은 동아에스티와 협력해 마이크로 니들 기반 호르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양휘석 주빅 대표는 "패치형 백신은 코로나19, 인플루엔자, 결핵 등 다양한 백신에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한 만큼 향후 본격적인 상용화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미국 바이오텍 ‘라니 테라퓨틱스’와 공동개발 중인 마이크로 니들 기술도 높은 혁신성으로 기대받고 있다. 경구형 캡슐 속에 마이크로 니들을 탑재해 장 속에서 캡슐이 분해되면 용해가능한 마이크로 니들이 소장 내벽 혈관에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초 라니 테라퓨틱스와 연구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임상시험 중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우스테키누맙’을 이 경구형 캡슐에 적용할 계획이다.
대형 제약사인 GC녹십자도 미국 스타트업 ‘백세스 테크놀로지스’와 마이크로니들 기반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동연구해 지난해 12월 임상 1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이밖에 대웅제약의 바이오텍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의 경우,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 니들 플랫폼을 토대로 보툴리눔 톡신, 호르몬치료제, 비만치료제 등을 개발 중이다.
업계는 마이크로 니들 제품이 지난해부터 모공 개선 등 에스테틱(피부 미용) 분야에서 상용되기 시작했지만 의약품에서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처럼 마이크로 니들 기술이 보툴리눔톡신 등 화장품은 물론 백신·비만·성장호르몬 등 의약품에도 활용도가 높은 만큼 약물을 보유한 제약사와 마이크로 니들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간 기술제휴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