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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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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vs 사상 최대 수익…희비 엇갈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30 15:58

에너지가격 폭등에 가스·전기 도·소매가격 격차 크게 벌어지며 기업 도산 속출



석유·가스 상류부문 개발·판매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순이익 200% 이상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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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모잠비크 Area4 광구의 생산현장.(사진 = 한국가스공사)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글로벌 석유·가스 관련 기업들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단기간에 발생한 에너지 현물가격 급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하는 반면, 석유·가스 상류부문 개발·판매를 주로 하는 에너지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두며 호황을 만끽하는 중이다.

30일 송형상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이 분석한 ‘해외 에너지요금 폭등과 에너지기업 영향’ 보고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천연가스요금과 전기요금 폭등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측면에서는 사업 밸류체인의 특성에 따라 손익에 대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소비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에너지공급사업자는 도소매가격 격차로 인해 파산에 직면하고 있는 반면, 석유·가스 상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기업은 사상 최대치의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위기의 중심지인 유럽의 천연가스요금 폭등은 물론, 미국의 주택용 천연가스 요금도 예년대비 크게 올랐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국 수도의 평균 주택용 가스요금은 2021년 초반 약 24원/메가줄(MJ)에서 지난해 3분기 약 67~70원/MJ으로 최대 3배가량 상승했다. 최근 1년간의 요금상승률은 116%로 전년도 요금상승률 37%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유럽연합의 주택용 가스요금은 2년 전 대비 약 세배 수준으로 믿기 어려울 만큼 폭등한 것이다.

유럽 연합 내에서도 주택용 가스요금 상승폭이 가장 큰 국가는 네덜란드, 덴마크, 오스트리아로 집계된다. 이들 국가의 주택용 가스요금은 2020년 10월~2022년 10월 기간 약 126원~105원/MJ 올랐다. 같은 기간 이탈리아, 독일이 약 88원~61원/MJ 인상됐다.

미국의 주택용 천연가스요금은 2021년 초반 약 10~11원/MJ에서 지난해 하반기 약 33원/MJ으로 크게 올랐다.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의 지난 1년간 주택용 가스요금 증가율은 64%로, 전년도 증가율 47%보다 17%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송형상 연구원은 "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던 에너지가 격이 폭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요금 규제로 2021년 초반 약 16원/MJ에서 지난해 3분기 19~22원/MJ으로 소폭의 요금상승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의 2021년 10월 주택용 가스요금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0%, 2022년 10월 증가율은 37%로 나타났다. 분석 표본에 속한 국가 중 헝가리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주택용 천연가스요금이 약 6원/MJ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며, 유럽연합의 61원/MJ, 미국의 19원/MJ 대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에너지가격이 폭등하면서 영국은 2021년 1월~2022년 2월까지 총 31개의 에너지공급업체 가 파산했다.

‘가격상한제’를 시행 중인 영국에서는 단기간에 국제 석유·가스가격이 상승, 가스·전기의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면서 기업 도산에 이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파산으로 실제로 가스·전기 공급이 중단되지는 않았으나, 에너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인수기업과 불리한 계약 조건으로 신규계약을 체결해야하는 금적전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독일에서도 에너지공급업체의 파산이 속출했다. 도매가격 급등으로 천연가스 구입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게 되면서 재정 악화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지난 2021년 총 39개의 에너지공급업체가 파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 네덜란드 6개, 벨기에와 핀란드 각각 1개, 싱가포르 5개의 에너지공급업체가 파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가스·전기 소매공급업체는 파산 등의 큰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석유·가스 상류자산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등한 에너지가격 덕분에 사상 최대치의 수익을 거두게 됐다.

세계 7대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은 2021년 1월~9월 간 약 83조 원(654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은 약 210조 원(1736억 달러)으로 폭등했다. 순이익이 무려 165.4%나 상승한 것이다. 기업별로는 Eni의 순이익이 1년 만에 300% 가까이 상승했고,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약 200% 상승했다.

상위 28개 기업으로 확대해도 순이익 증가율이 300%가 넘는 기업이 6개 기업이나 된다. 가장 높은 수익 증가율을 보인 기업은 미국 텍사스의 에너지기업인 코테라 에너지(Coterra Energy)로 1년 사이 450%라는 기록적인 수익 증가율을 보였다.

송 연구원은 "소비자와 기업, 기업들의 사업 밸류체인에 따른 명암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현재 국내 에너지시장과 에너지 안보, 미래 에너지 확보 등의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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