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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우리금융지주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부터 촉발된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 거취 논란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 만료를 앞둔 CEO가 모두 교체됐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전격 용퇴를 선언함에 따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새 회장으로 내정했고, NH농협금융지주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기업은행은 정통 IBK맨인 김성태 전 전무이사를, BNK금융지주는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수장으로 선임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손 회장이 라임사태 관련 중징계를 받은 이후 오랜 기간 연임 도전에 대해 고심을 이어간 끝에 결국 용퇴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회장을 선임하게 됐다. 아직 차기 회장을 확정하지 않은 우리금융은 논외로 하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으로 금융지주 CEO 구도를 본다면 결과적으로 NH농협금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금융사가 내부 출신 인물을 차기 CEO로 발탁했다.
문제는 CEO를 발탁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다. 김지완 BNK금융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자녀 관련 의혹으로 임기 5개월을 앞두고 회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3연임이 유력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며 최종 후보 면접을 앞두고 용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 수장들이 끊임없이 손 회장을 비롯한 금융사 CEO의 거취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관치 인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은 금융사들을 움츠리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이다. 이 원장은 작년 12월 용퇴를 선언한 조 회장에는 "개인적으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손 회장의 중징계에 대해서는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론 난 징계"라며 우회적으로 우리금융 CEO의 거취를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놨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이 사모펀드 사태, 자녀 특혜 의혹 등 각종 사고로 인해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관치의 명분을 제공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들이 금융지주사 회장 자리를 노리고 있던 외부 인사들에게 일종의 좋은 명분을 제공하고, 금융당국 수장에도 CEO의 거취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줬을 것이다.
새롭게 금융지주사 회장에 선임되는 CEO들은 지금의 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큰 틀에서는 내부통제를 완벽에 가깝도록 거듭 재정비하고, CEO 스스로도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에 한 시도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 금융사 CEO들이 불미스러운 이슈로 인해 중도 퇴임하거나 거취 관련해서 압박을 받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이 곧 각종 관치의 화살로부터 금융그룹을 지키는 일이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