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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우리나라 인체백신 수출입 현황. 자료=한국바이오협회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백신 무역수지가 ‘마이너스(적자)’ 8억달러(약 1조원)를 기록했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K-바이오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해외 수출·입 실적에서는 아직 ‘흑자 원년’ 기록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해외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백신 주권’ 확보가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등을 분석해 16일 발표한 ‘한국의 인체백신 최근 5년간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체백신(사람에 투여하는 백신) 수출액은 총 9억41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수입액은 총 17억49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백신 수출보다 수입이 8억800만달러(약 1조원) 더 많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나마 직전 2021년 무역적자 18억3600만달러(수출 5억1900만달러, 수입 23억5500만달러)와 비교해 적자 폭이 절반 이하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신세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 1분기 1억2900만달러 흑자의 기세를 타지 못하고 2~4분기 내리 적자로 돌아서 결국 반등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 인체백신 무역적자 규모는 2018년 1억700만달러(약 1400억원)에서 △2019년 1억2700만달러(약 1600억원) △2020년 1억7200만달러(약 2200억원)로 증가폭이 완만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성을 부리던 2021년 18억36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급증했고, 지난해 8억800만달러(약 1조원)로 크게 줄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물량이 본격 수출되면서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누적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2분기부터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져 도로 적자로 역전됐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자료에서 인체백신은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해 독감·수두·자궁경부암 등 모든 인체백신이 포함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백신의 주요 수출국은 호주-대만-싱가포르-멕시코-페루 순이었고, 수입국은 벨기에-미국-독일-스위스-프랑스 순이었다.
바이오협회는 "지난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등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코로나19 변이 발생에 따른 후속 개량백신 개발 지연, 경제성 부족, 개발 및 인허가 경험 부족 등으로 백신 주권의 추진력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진국은 독감과 코로나를 동시에 예방하는 콤보 백신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장 시장이 큰 폐렴구균백신·자궁경부암백신 등 고부가가치 백신도 개발하지 못해 선진국과 격차가 더 벌이지고 있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백신 후발국가로서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해외기업 인수, 해외기술 도입을 위한 적극 유인책과 함께 고위험·고비용(투자)가 수반되는 백신 연구개발을 과감하게 할 수 있도록 성공불융자(신약·기술 개발 시 실패하면 융자금 전액 감면, 성공하면 원리금 외에 추가 부담금만 징수하는 제도) 등 지원책으로 추진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