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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행객이 로널드레이건 워싱턴 국제공항에서 운항 지연 및 취소가 표시된 비행게시판을 보고 있다.AP/연합뉴스 |
교통 당국이 이 문제를 하루 전에 발견하고 백업 시스템까지 가동했는데도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인접국 캐나다에서도 유사 현상이 일어났다.
11일(현지시간) 미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3시 30분부터 연방항공청(FAA) 노탐(NOTAM)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다.
노탐은 활주로 폐쇄나 장비 고장 등 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에 발송하는 안전 시스템이다.
FAA는 처음 문제를 인식한 이후 백업 시스템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10일 저녁 내내 상황이 더 나빠졌다.
시스템은 자정 직전에 다시 가동되는 듯했으나 이후 더 악화했다. FAA는 결국 11일 오전 4시15분 시스템을 수동으로 껐다 켜는 재부팅(hard reboot)을 했다.
이후 오전 7시 21분 전국에 운항 중단을 발령해 약 90분 동안 미국 전역에서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연쇄 효과로 대부분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연 출발과 연착, 결항이 줄줄이 이어졌다.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항공기 8000여편이 지연되고, 1200여편은 아예 운항이 취소됐다.
시카고 등 일부 공항은 FAA의 운항 중단 명령 해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한동안 이륙을 중단해 피해를 키웠다.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전국적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된 건 9·11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에 승객들은 말 그대로 예고 없는 카오스에 빠져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장 정부의 전산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적 혼란이 빚어진 만큼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승객들의 분노가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륙 중지 가운데도 착륙은 허용되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 국제선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미 교통부와 FAA는 현재 노탐 시스템이 다운된 이유를 조사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이버 공격이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FAA는 시스템 가동 중단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나 징후는 없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기 전까지는 그 가능성도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AA 전산 체계 노후화가 원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여행협회(FAA)는 성명을 내고 "오늘 벌어진 FAA의 재앙적인 시스템 오작동은 미국의 교통망이 중대한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는 명확한 사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할 연방항공청장이 현재 공석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7월 현 덴버국제공항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워싱턴을 항공청장으로 지명했다. 그러나 그의 인준을 담당하는 상원 상무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워싱턴 지명자는 항공 관련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과거 로스앤젤레스 교통 당국 CEO로 근무하는 동안 비리에 연루됐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새 의회가 출범한 지난주 워싱턴을 재지명했다.
한편, 캐나다에서도 미국에 이어 항공 전산 정보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했다.
캐나다 항공 관제업무를 담당하는 NAV캐나다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노탐(NOTAM)’으로 불리는 항공 전산 정보 체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NAV캐나다는 노탐을 즉시 복구했고, 항공기 이륙 지체 등의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작동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NAV캐나다는 앞서 미국 노탐 오작동과 직접적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