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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종근당 대표(왼쪽부터),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5일 충남 천안 종근당 천안공장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 ‘펜잘’ 생산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연말연시 몰아쳤던 강추위가 한풀 꺾이고 코로나 확진자 수도 감소세를 보이는 가운데 우려했던 겨울철 ‘조제용 감기약 수급난’이 제약사들의 적극 대처로 고비를 넘기는 모습이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 화성시 한미약품 팔탄공장에서 조제용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써스펜’ 서방정의 생산을 시작했다. 종전에는 코오롱제약에서 위탁 제조했으나, 아세트아미노펜 증산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미약품이 자체 생산을 병행하기로 한 것이다.
한미약품의 감기약 직접 생산은 신규 생산라인 확충을 통해 기존 다른 의약품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으면서 아세트아미노펜 자체 생산을 시작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미약품의 증산 조치로 올해 전체 써스펜 생산액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지속돼 온 아세트아미노펜 수요 증가와 방역당국의 증산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그동안 아세트아미노펜 생산라인 증설을 준비해 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종근당도 지난달 말부터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펜잘’ 서방정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견제약사 제뉴파마에 위탁 생산하다가 이번에 충남 천안공장에 생산라인을 마련해 올 한해 총 1억정 이상을 생산한다는 목표이다. 종근당은 지난달 연말 전사 동계휴가 일정도 조정해 펜잘 생산라인을 완전가동하는데 주력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등과 함께 지난 5일 종근당 천안공장을 방문해 종근당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종근당·한미약품·부광약품·한국존슨앤존슨 등 9개 아세트아미노펜 제조·수입사 대표들과 현장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1월까지 매달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공급량을 기존 4500만정에서 6760만정으로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식약처장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자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는 비용·시간·행정절차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여러 의약품을 함께 생산하는 라인의 운영 효율화를 통해 기존 의약품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증산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초저가 약’인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을 증산하기 위해 자체 비용을 들여 생산라인을 증설하기는 민간기업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모든 시장 제품은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지만 국내 의료보험체제 내에서 의약품의 가격은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이다.
복지부는 지난달 국내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의 건강보험 상한금액을 기존 50~51원에서 70~90원으로 인상했지만 이는 원료비를 보전하는 수준일 뿐 설비·인력 투입비용을 감안하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엔 부족한 인상 폭이라고 제약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의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증산은 수익보다는 국민건강 증진 기여라는 제약사 사명을 다하기 위한 의미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올해 봄 이후 상황은 다소 유동적이다. 그동안 낮은 국내 약가로 아세트아미노펜 원료 생산은 해외에서, 특히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부에서 우려하던 ‘중국인 국내 감기약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중국 역시 감기약 품귀를 빚고 있는 만큼 중국이 아세트아미노펜 원료 해외 수출을 제한하는 경우에 대비해 국내에 확보 중인 원료가 소진되는 올해 봄 이후를 위한 새로운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