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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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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6 의회사태’ 복사판…브라질에서도 대선 불복 폭동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9 15:02
BRAZIL-POLITICS/VIOLENCE

▲브라질리아에서 경찰이 의회 등에 난입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표하며 진압에 나서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대통령 선거결과에 불복한 브라질 던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화와 대법원, 대통령궁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도널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년 전 연방의회에 난입했던 것과 판박이처럼 진행된 것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현직 대통령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이에 규탄하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은 8일(현지시간)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관구에 있는 의회에 난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동을 일으켰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생한 홍수 피해 지역인 아라라콰라 방문 중이어서, 시위대와 맞닥뜨리지는 않았다.

이들은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경찰의 저지를 뚫고 문을 박살 낸 뒤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이어 집기류를 내던지고 충격을 가해 건물 바닥을 파손시키는 등 폭력을 마구 행사하며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또 회의장 시설물을 못 쓰게 만들고, 의장석에 앉아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브라질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노란색과 초록색 국기 색 옷을 맞춰 입은 시위대는 의회 건물 지붕에 올라가 브라질 군대의 쿠데타를 촉구하는 ‘개입’이라는 뜻의 포르투갈어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어 인근에 있는 대통령궁과 대법원으로까지 몰려가 창문을 깨트리는 등 일대를 ‘무법천지’의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이 같은 폭동 행위를 담은 일부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경찰과 보안요원까지 폭행했던 시위대는 군 병력까지 동원해 진압됐다.

이날 폭동은 지난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사태의 복사판처럼 진행됐다.

룰라 대통령이 ‘50.9%대 49.1%’라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결선 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쥔 지난해 10월 대선 이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브라질리아 주요 군부대 앞에 이른바 ‘애국 캠프’를 차리고 룰라 취임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 불복 움직임을 보여 왔다.

폭동 사태를 보고받은 룰라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광신도, 파시스트"로 지칭하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의회 등)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몇 번의 연설을 한 바 있다"며 이번 사태 배경에 전임 대통령 책임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APTOPIX Brazil Elections Protest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 내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시위대 난입 이후 어지럽혀져 있다.(사진=AP/연합)

세계 각국 정상들도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민주주의와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브라질 국민의 의지는 절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브라질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절대적으로 규탄한다"며 "자유로운 선거에서 브라질 국민 수백만 명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룰라 대통령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중남미 정상들도 폭력행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번 사태를 "쿠데타 시도"로 규정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룰라 대통령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브라질, 멕시코, 미주 대륙, 전 세계의 진보 세력이 룰라를 지지한다"고 거들었다.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이번 폭동 사태를 가리켜 "민주주의에 대한 비겁하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룰라 대통령을 지지했고, 권위주의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까지 사태 주동자들을 "신(新)파시스트 단체"로 부르며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건의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브라질의 현직 행정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 따른 형식을 준수하면서 열리는 평화 시위는 민주주의의 일부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것처럼, 그리고 좌파가 2013년과 2017년에 했던 것처럼 공공건물에 침입하고 약탈을 벌이는 것은 규칙을 벗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임기 내내 브라질 헌법이 규정하는 4개 항목의 테두리를 준수했다고 주장하면서 "법, 민주주의, 투명성, 그리고 우리의 신성한 자유를 존중하고 수호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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