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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해도 너무한 국민연금…과도한 기업경영 참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1.01 09:00

정희순 산업부 기자

정희순

KT 이사회가 결정한 구현모 대표의 연임안에 국민연금이 제동을 걸었다. 처음에는 현직 대표에게 우선 심사 자격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하더니, 막상 경선을 통해서도 구 대표가 선임되자 이번에는 절차가 투명하지 못했다며 지적했다. 결국은 주주총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안에 반대하겠다는 입장까지 시사했다.

국민연금의 잇단 제동으로 KT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애당초 옵션에도 없던 경선까지 만들어 국민연금 면을 세워줬는데, 또다시 제동을 건 것은 누가 봐도 ‘초강수’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정권이 바뀐 만큼 아예 작정하고 최고경영자(CEO)를 갈아치우려 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KT가 CEO 선임 때마다 외풍(外風)에 시달렸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 될 것을, 굳이 반대 입장을 잇달아 표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KT 이사회는 물론이고 다른 주주들을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놓고 후보가 탐탁지 않다고 공언한 마당에, 국민연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다른 주주들이 국민연금 뜻에 반하는 표를 던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KT뿐만 아니라 포스코, 금융지주 등의 CEO(최고경영자) 선임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경영권 행사에도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자산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기준은 무엇인가. 국민연금의 말처럼 구 대표의 연임을 ‘황제 연임’이라 할 수 있나. 구 대표는 이사회가 정한 절차를 거쳐 정통 KT맨으로 CEO자리에 오른 인물로, 기존의 ‘회장’이라는 직함도 내려놓은 주인공이다. 통신주가 줄줄이 하락장을 맞이한 때에도 KT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 구 대표에 대한 시장의 평가다. 시장의 선택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국민연금의 셈법에 여러 잡음이 따르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어깃장으로 차기 대표 선임이 미뤄지면서 KT의 경영 환경도 안갯속에 빠졌다. 해가 바뀌었는데도 임원인사를 못했고, 그에 따라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KT의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는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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