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지주,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퇴진하고 있다. 몇 차례 연임을 해가며 자리를 지키던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세대교체’, ‘후배들에게 기회’ 등의 이유를 들고 있지만 올해 들어 연임 사례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외부에서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CEO 퇴임과 관련한 금융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와도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리에서 물러난 CEO들의 결정이 자의일지, 타의일지에 대해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에 개입하는 이른바 관치금융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CEO 인사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 금융권은 줄곧 정부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
금리 개입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문제 삼으며 예대금리차를 축소할 것을 주문했고, 지난 8월부터 매월 예대금리차 공시를 하도록 의무화했다. 금리인상기에 대출금리가 계속 높아지자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그러던 중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는데, 은행들은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자 또 다른 통로인 수신 상품에 집중하며 수신금리 인상을 지속했다. 높아진 수신금리에 자금은 은행으로 몰렸고, 지난 11월 금융당국은 수신금리를 과도하게 높여서는 안된다며 이번에는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은행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해도, 몇 달 사이 바뀌어 버린 금리 기조에 은행들은 혼란이 가중됐다고 토로했다.
이번 은행권 CEO 인사도 정부 개입의 연장선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책은행, 특수은행을 넘어 시중은행, 지방은행에서도 보은성 인사, 낙하산 인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더욱 곱지 않아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관치 논란에 대해 "주인이 없는데 CEO가 주변에 우호적인 세력만 놓고 (이사회를) 운영하는 내치는 맞는 것인가"라며 "관치가 문제가 있지만 (내치와) 합리적인 접점은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대놓고 관치를 선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 금융사 CEO들이 셀프 연임 하는 사례가 생기면서 이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다. 그렇다고 관치금융 부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 금융사들이 내부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 스스로 인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금융산업은 관치금융과 그 폐해를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경제 상황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지금 관치금융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그동안 겪어온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