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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나라는 참으로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구나’ 싶다. 특히 에너지전환에 있어 말이다. 지난해 취재 차 덴마크를 방문한 일이 있다. 마침 시기가 들어맞아 유럽 풍력협회 기자 간담회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인근 유럽 기자들과 함께 글로벌 풍력기업인 오스테드와 베스타스 등 기업들의 현장을 방문하면서 실무자들의 설명을 들었다.
두 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미 진행하는 사업에 대한 내용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사업 내용과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상황에서 가장 크게 격차가 느껴졌던 지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베스타스의 미래 사업 계획이었다. 풍력 터빈 기업 베스타스는 지속가능성을 구현하고자 터빈에 쓰이는 자재를 친환경 소재로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풍력발전기 폐기물 문제를 줄이고자 유지보수 시스템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이 추진돼가는 모습과 사뭇 다르다. 여전히 주민수용성 문제나 인허가 문제 등으로 계획된 발전사업이 첫 삽도 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발전기를 세우는 것부터 어렵다보니 우리나라 기업들은 유지보수나 부품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단계 조차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 한화큐셀이 미국에 태양광 관련 대규모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실사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틈을 타 현지 생산량을 높여 점유율을 올린다는 목표다.
국내 전선업계들도 재생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해상 풍력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해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운반할 해저케이블 생산을 늘릴 준비를 다져가고 있다. LS전선은 잇따르는 해외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대한전선도 세계 각 국과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협력에 나서고 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즉 돈이 되는 곳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향하는 해외 시장이 어떤 분야인지만 파악해도 미래 먹거리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치적, 사회적 다툼에 비롯한 에너지전환 제동걸기에 바쁘다. 다른 나라를 다니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구나. 이만큼이나 앞서 생각하고 있구나’를 느껴야 한다니, 그야말로 넓은 바다를 보고 감탄하는 ‘망양지탄’이 아닐 수 없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