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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코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24 13:48

성우창 금융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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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내 찬 기운만 감돌던 증시에 모처럼 따뜻한 바람이 느껴진다.

최근 공개된 11월 FOMC 회의록에 드디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거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이날 0.25%포인트 인상돼, 벌써 속도를 늦추는 모양새다. 2100선까지 떨어졌던 증시는 어느새 2400대에 안착했고, 코스피 지수 20일선이 120선을 골든 크로스 한 것도 고무적이다. 작년 8월경 데드크로스 이후 무려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비슷한 시기 내리막길을 탄 가상화폐(코인) 투자자들은 그저 증시가 부럽기만 하다. 코인 시장은 루나-테라 사태부터 FTX 파산까지 시장 신뢰를 깨뜨리는 사건이 계속되며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탈중앙화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신뢰와 구조 취약성을 해결하는 것이 시장의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신개념 다단계 취급을 받던 코인이지만, 인제 와서 허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시장이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특히 계층 간 사다리가 자꾸만 좁아져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젊은 세대들은 아직도 코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얼마 전 코인 업계 관련 기사를 출고했을 때가 떠오른다. 워낙 민감한 사항을 다룬 이슈라 나름대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투자자들의 주의감을 일깨우기 위해 준비한 발제였다. 취재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적었고 이슈의 중심이 된 업체의 입장도 존중해 최대한 온건하게 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출고 직후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 오며 본문, 부제, 헤드라인까지 수정요청이 계속됐다. 선택한 단어의 수위가 너무나 강해, 자칫 투자자의 오해를 불러 업체에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들을 죽이려는 ‘악의적 감정이 담긴’ 기사가 아니냐는 강한 어조의 항의까지 있었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돼 별다른 악감정은 들지 않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런 민감한 반응도 결국은 제도 틈바구니에서 붕 떠버린 코인 시장의 현주소 때문 아닐까 한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투자자들이 믿고 의지할만한 제도가 있었다면 고작 기사 한 편 때문에 담당자가 얼굴을 붉힐 일도 없었을 것이고, 연이은 사건으로 시장이 흔들릴 일도 없었을 것이고, 소중한 투자자산들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채 가라앉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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