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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컴퓨터 통신으로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회의에 참석한 모습.EPA/연합뉴스 |
추위로 인한 대규모 인도주의 위기가 고조되면서 러시아가 버티기 등으로 우크라이나 군 진격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AP 통신 등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상 전문 웹사이트 웨더닷컴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이날 밤 최저 기온을 영하 4도로 나타냈다. 키이우를 비롯한 곳곳에서는 눈도 내리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겨울이 시작되면 앞으로 기온이 훨씬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올겨울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겨울 극복에 필요한 전기와 물 공급 기반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올겨울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며 "병원과 의료시설 수백 개가 더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 연료와 물, 전기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시장협회에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반시설을 파괴한 러시아 전략이 겨울 추위를 대량살상무기(WMD)로 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겨울에서 살아남고 러시아가 추위를 공포와 굴복의 도구로 바꾸는 걸 막기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며 발전기와 의료장비, 지뢰제거 지원 등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남부 핵심도시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은 빠르게 지난 2014년 빼앗긴 크림 반도까지 되찾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하우릴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지난 19일 영국 스카이뉴스에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군이 "크림에 발걸음을 딛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느낌으로는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전쟁이 끝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크라이나 군은 현재 ‘마지막 경계선’으로 꼽히는 드니프로강 건너편에서도 교두보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주(州) 군정 책임자인 비탈리 킴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하구 킨부른 반도 서부 지역을 대부분 점령했다고 전했다.
킨부른 반도는 미콜라이우 주정부가 관할하는 서부와 헤르손주(州) 권역인 동부로 나뉜다. 이중 미콜라이우주 영역을 거의 모두 되찾았다는 것이다.
드니프로강과 흑해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킨부른 반도는 드니프로강을 통한 수상교통을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또 헤르손에서 후퇴한 러시아군이 방어선을 구축한 드니프로강 동안과 육로로 수십㎞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특히 이곳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곳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가 킨부른 반도를 확보하는지에 따라 전쟁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까지 전망했다.
다만 러시아군은 역시 더 많은 자용을 동원해 전선에 쏟을 기세다. 겨울 중에는 2차 동원령을 내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내년 1월에 2차 동원령을 발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50만~7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러시아는 최근 전쟁 자금 충당을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국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앞서 영국 국방부는 공식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2022년 11월 16일 8300억 루블(약 18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하루에 발행한 채권 규모를 따질 때 역대 최대로 평가되는 규모다.
이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정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반격이 성과를 내며 전투가 잠잠해지는 올겨울이 평화협상 적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철군 다음으로 좋은 게 협상에 따른 합의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고 전했다. 다만 "협상 여부와 시기는 젤렌스키가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캐나다에서 열린 핼리팩스 국제 안보 포럼에서 "러시아가 짧은 정전, 힘을 회복하기 위한 짧은 (전투) 중단을 모색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이를 전쟁의 끝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이 같은 정전은 결국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hg3to8@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