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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 에쓰오일 본사 건물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환영하는 사진이 걸려있다(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세계 경기불황으로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는 우리 기업들에 ‘중동 잭팟’이 터졌다. 세계 최고 부호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660조원 네옴시티’외 여러 투자건의 보따리를 들고 방한한 것이다.
빈 살만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사우디 정부를 통해 최대 수십 조원에 이르는 각종 초대형 프로젝트 카드를 내밀었다.
경제계는 빈 살만 왕세자의 행보를 두고 들썩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시발점으로 대규모 사업 수주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이날 새벽에 방한했다. 지난 2019년 6월 한국에 방문한 지 3년 5개월 만이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여정에 사우디 정부·기관·기업도 함께 했다. 이들은 도착 후 우리 정부 및 기업과 자리하며 초대형 프로젝트 협력에 동시다발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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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한-사우디 투자포럼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알 이브라힘 사우디 경제기획부 장관(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임석한 가운데 열린 에쓰오일(S-oil) 샤힌 프로젝트 관련 MOU 체결식에서 에쓰오일 대표와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오른쪽부터)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알 팔리 장관, 이 산업부 장관, 후세인 에이 알-카타니 에쓰오일 대표, 알 이브라힘 장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연합뉴스 |
먼저,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두 나라 정부와 경제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에쓰오일 2단계 샤힌(Shaheen·아랍어로 ‘매’) 프로젝트 EPC를 포함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에 스팀크래커(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생산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것으로 약 9조3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간 계약이 이날 이뤄졌다.
빈 살만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도 우리 기업들이 사우디 정부·기업과 함께 하기로 하며 본격 물꼬를 텄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중심 경제 구조를 탈피하겠다며 2017년에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 중 하나다.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60조원) 규모다. 빈 살만 왕세자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사막과 산악지역에 서울의 약 44배 면적인 2만6500㎢의 인공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현대로템과 사우디 투자부 간 네옴(Neom) 철도 협력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사업 규모만 2조5000억원 정도로 이를 계기로 사우디 고속철 사업을 따낼 경우 한국 고속철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
포스코와 삼성물산, 한국전력, 남부발전, 석유공사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및 그린 수소, 암모니아 생산 공동 추진을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으며 열병합(한국전력) 및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분야에서 에너지협력 양해각서와 함께 수소 암모니아 협력(한국전력) 계약도 체결됐다.
또 롯데정밀화학, DL케미칼 등 역시 사우디 정부 및 기관과 손 잡았으며 백신·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의 바이오 분야와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재활용플랜트(메센아이피씨), 투자 협력(한국벤처투자) 등의 농업·서비스·투자 분야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우리 측은 이번 체결한 각 협약의 예정된 사업비만 조(兆) 단위에 달한다며 총 합산 최대 수십 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빈 살만 왕세자는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차담회를 가졌다.
재계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대규모 결실을 맺은 터라, 이들 간에 네옴시티 관련한 보다 긴밀한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보는 눈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사우디 투자부와 다양한 분야에서 계약이 체결됐다"며 "이를 시발점으로 앞으로 네옴시티는 물론, 여러 대규모 사업에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