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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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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빛 전망' 장담한 비트코인 대통령...시세급락 때 줍줍했어도 64% 손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15 08:27
EL SALVADOR-ECONOMY/

▲엘살바도르 칠티우판의 엘존테 해안에서 사람들이 비트코인 표지판을 지나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중미 엘살바도르가 전 세계적인 암호화폐 위기 속에 투자 손실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인정한 이후 불안정성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엘파이스 스페인어판과 인포바에 등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하락세는 엘살바도르 국가 경제에 재앙 같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신청 이후, 암호화폐 가격은 전 세계적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의 경우 개당 1만 5000∼1만 6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최근 2년 새 최저 수준이다.

FTX에 이어 글로벌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코인 크로노스 가치도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을 적극 매수했던 엘살바도르는 특히 타격이 크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이날 현재 이 나라는 투자액 약 64%를 손해 봤다.

앞서 나이브 부켈레(41)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을 선포하며 약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트위터 글을 통해 장밋빛 미래‘를 예고했다.

그는 중간중간 비트코인 가격 급락 때 역시 "싸게 팔아줘서 감사하다"며 추가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 매수 거래는 지난 7월 1일 152만 달러어치다. 이때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친 누적 구입액은 1억 715만 달러 상당이다.

이 가운데 손실액은 6837만 달러로, 이날 기준 환율로 계산해 보면 약 910억원에 이른다.

이는 국민 먹거리 해결이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올해 엘살바도르 농업부 전체 예산(약 7700만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식량안보 지역적 파노라마‘ 보고서를 보면 식량 불안정을 호소하는 엘살바도르 국민은 전체 47.1% 정도로 나타났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취소를 강력히 권고하며 "재정 안정성과 건전성 등에 큰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국가 채무 상황은 계속 나빠져,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85%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엘살바도르 국가 신용등급을 ’상당한 위험‘이 있다는 수준인 ’CCC+‘로 매기기도 했다. 중미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엘살바도르와의 경제 협력 논의 과정에서 부채 상당 부분을 감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양국은 최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실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우젠홍 엘살바도르 주재 중국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중국과 엘살바도르 간 FTA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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