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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교장(가운데)이 지난 1일 전북 남원시 경마축산고 정문 앞에서 교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국내 유일의 말산업 마이스터고(산업수요맞춤형고교)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박준호 교장은 국내 말산업 전문인재 양성을 이끄는 교육자로서의 바람을 이같이 밝혔다.
전북 남원시 해발 400미터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경마축산고는 에너지·로봇·바이오 등 전국 20여개 산업분야 총 52개 마이스터고 중 유일한 ‘말산업 분야 마이스터고’이다.
박 교장은 "최근 경마축산고를 방문한 독일의 유명 승마학교 교장(야콥스 요르그 독일 WRFS 승마학교 교장)은 경마축산고의 교육시설이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극찬했다"고 소개했다.
유럽·미국 등 말산업 선진국은 소규모 학교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경마축산고와 같은 큰 규모의 말산업 전문 교육기관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경마축산고는 학교 주변에 총 6만4730㎡(약 2만평) 규모의 말목장과 목초지를 비롯해 50여두의 말(승용마·번식마 등)과 마사(마방), 실내·외 승마장, 말 워킹머신, 마필관리실습실, 장제실습실 등 말산업 분야 교육을 위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재학생 수는 1~3학년 총 88명, 교직원은 40명으로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에 입학금, 수업료 등은 전액 무료이다. 경마축산고의 경우 졸업생 1명을 배출하는데 재학기간 3년 동안 학생 1명당 총 1억원 가량의 교육비가 투입된다. 정부·지자체 등 공공 교육비 투자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말산업 인재가 양성되고 있다.
경마축산고 졸업생은 기수와 승마선수를 비롯해 국내외 말 조련사, 관리사, 승마지도사, 장제사 등으로 진출하며 말 육성목장과 공공기관 등에도 진출해 말산업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활약한다.
경마축산고는 지난 2일 2023학년도 신입생 36명의 최종합격자 선발을 완료했다. 총 43명이 원서를 제출해 1.1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박 교장은 "우리 학교는 코로나 사태로 경마가 중단되던 시기에도 신입생 미달 사태가 없었다"며 "올해 지원한 학생들은 특히 우수한 재원이 많았는데 7명이 탈락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산업별 숙련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는 교장을 공모제를 통해 임용하며 교장은 산업계 수요에 맞춰 교사 임용과 교육과정 운영에 재량권을 갖는다.
경마축산고 교사와 장학사 등을 지낸 박 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래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서울경마공원, 제주도 말생산목장 등 국내는 물론 독일 승마학교, 프랑스 국립 말산업 전문학교 등 해외에 학생들을 파견하는 체험형 현장실습 교육과정도 폭 넓게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마주협회가 올해 신설한 ‘말산업 인재육성 정기 장학사업’에서 7명의 경마축산고 재학생이 총 140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 등 박 교장은 외부 장학금 유치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박 교장은 "입학금, 수업료 등이 모두 무료이지만 일부 식비와 주말에 집에 갈 때 쓰는 교통비 등 학생이 자비로 지출하는 생활비도 있기 때문에 정부·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교육비 외에 외부 단체 장학금 등도 가급적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저와 저희 교사들 모두 부지런히 발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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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남원시에 있는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 인근 목초지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
박 교장은 "올해 신입생 최종합격자 36명 중 정작 학교가 있는 남원지역 출신 학생은 1명에 불과하고 서울, 경기도, 제주도 등 타 지역 학생이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경마축산고에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환영할 일이지만 공공승마장 등 말 관련 인프라가 지역별로 균형있게 갖춰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장은 "남원을 포함한 전북지역은 말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이 지역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승마를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경마축산고에 인지도도 타 지역 학생보다 오히려 낮은 것 같다"며 "지자체와 한국마사회, 말산업 유관단체들이 전북지역 말 관련 인프라 확충에 좀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교장은 경마업계 현장에서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군필’ 요건을 두고 있는 현 상황도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경주마 조련·관리 등 경마업계에서 최근들어 군필자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며 "군필자를 선호하는 고용자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마이스터고는 졸업 후 곧바로 취업을 지향하는 교육기관인 만큼 군필 자격요건을 완화하거나 졸업생이 경주마 육성목장 등에서 1~2년 근무 후 군 복무를 마치고 안정적으로 경주마 조련, 마필관리 등 경마업계에 취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장은 졸업생이 양질의 일자리에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경마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 마권 발매 제도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장은 "국내 말산업은 경마 매출 의존도가 큰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경마 중단으로 각종 지원금이 끊기는 등 말산업계는 물론 경마축산고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경마·경륜·경정·로또·토토 모두 같은 사행산업인데 소관부처가 다르다고 온라인 발매 제도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유럽, 미국 등 경마선진국은 모두 온라인 발매 제도를 통해 온·오프라인 발매제도를 균형있게 운영하고 있다"며 "온라인 발매 제도는 IT 기술을 통한 구매 상한선 제한 등 관리도 수월할 뿐 아니라 불법도박을 양성화하고 레저산업을 다양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박 교장은 여러 사람이 말을 공동 소유하는 ‘국민 마주제’도 제안했다. 박 교장은 "말은 반려동물로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사료비 등 개인이 소유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며 "일본 등과 같이 펀딩을 통해 10명 또는 100명이 말 한 필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국민 마주제’가 활성화되면 온라인 발매 제도와 더불어 경마·승마 저변을 확대하고 레저산업을 다양화·고급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