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ChatGPT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WEMIX)'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또다시 상장폐지될 위기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지난 2일 위믹스에 대한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고, 오는 6월 2일부터 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 4개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된다. 2022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해킹은 불가항력적인 사건이며, 이미 충분한 조치를 취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DAXA에 거래지원 중지를 결정한 근거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했다.
이에 대해 업게에서는 주요 상장폐지 사유였던 정보공시 지연과 보안 취약성은 과거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위메이드의 '억울함' 주장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복된 공시 지연과 신뢰 훼손
1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 28일 발생한 해킹 사고다.
위믹스의 체인간 자산이동 시스템인 '플레이 브릿지 볼트'가 악성 공격을 받아 약 865만개, 시가로 약 88억원 상당의 위믹스 토큰이 탈취됐다.
문제는 위메이드가 이 사실을 나흘 뒤인 3월 4일에야 공지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외부 보안 점검이 완료된 뒤 발표했다"고 해명했지만, 가상자산 시장에서 신속한 정보 공개는 신뢰의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공시 이전 4일 동안 위믹스 가격은 40% 이상 급락했다. DAXA는 “중대한 해킹에도 불구하고 즉시 공시하지 않은 점은 거래지원 유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2022년 1차 상장폐지 당시와 유사한 구조다.
당시 위믹스는 공시된 유통량보다 약 7000만개 이상 초과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고, 위메이드는 이를 “유통량 정의의 차이"라며 반박했지만, 법원은 “공시 불일치는 거래지원 종료 사유"라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불가항력'인가 '내부통제 실패'인가
이번 해킹에 대해서 위메이드는 메인넷 보안과는 무관하며, 게임 유저 대상 보조 서비스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블록체인 생태계의 자산 교환을 책임지는 '브릿지 시스템'은 사실상 핵심 인프라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이번 해킹의 원인은 관리자 인증 키의 유출이 핵심이다.
관련 보안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은 관리자 인증 키의 유출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개발자가 편의를 위해 키를 외부 저장소에 업로드했을 가능성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있다.
결국 사이버공격이라기보다는 보안 수칙을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로 볼 수 있는 사례다.
지난 2022년 상장폐지 이후 위메이드는 내부통제 및 거버넌스 강화를 약속했다.
당시 'WEMIX Vesting Plan'과 같은 정책을 도입하며 거버넌스 투명성 회복에 나섰지만, 이번 해킹은 그러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지적까지 있다.
단일 인증키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개발 편의를 이유로 민감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킨 점은 기본적인 보안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위메이드의 반발, DAXA의 기준은 자의적인가
위메이드는 DAXA를 '거래소들의 사적 모임'이라며 상장폐지 결정 권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각 코인과 개별적으로 상장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계약상 신뢰 훼손이나 정보공시 위반은 거래지원 종료 사유에 해당한다.
법원도 2022년 위믹스 가처분 사건에서 이 같은 거래소의 권한을 인정한 바 있다.
또한 DAXA가 제시하는 '거래지원 심사 가이드라인'에는 명시적으로 “중대한 보안 사고 발생 후, 공시 지연이나 사유 불명확 등으로 인해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거래지원 종료가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사안은 이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이 거래소 측 입장이다.
위메이드는 “KISA 인증 보안업체로부터 점검을 받고 대응을 완료했음에도, DAXA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지만, DAXA 측은 대응 노력보다 '신뢰 훼손의 누적'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DAXA는 위믹스가 2022년에 이미 한 차례 상장폐지 전력이 있으며, 당시에도 정보 불일치·공시 오류 등의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일각에서는 위메이드의 반발이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된 상장폐지는 단지 단건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토큰 운영 및 거버넌스의 신뢰성 전반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다.
반복되는 위기, 회복되지 않는 신뢰
2022년 상장폐지 이후 위메이드는 실시간 유통량 공개, 생태계 물량 락업, 공시 개선 등의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2025년 해킹과 그에 대한 미흡한 공시는 이러한 약속이 구조화된 시스템으로 내재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위믹스의 가격이 하루 만에 60% 이상 폭락했고, 위메이드의 주가 역시 17% 넘게 하락했다.
위믹스 생태계는 게임과 NFT, 디파이 등으로 확장되고 있었지만, 연이은 신뢰 위기는 플랫폼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공시 투명성과 내부 통제, 그리고 위기에 대한 사전 예방 역량이야말로 장기적으로 프로젝트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반복된 문제에 대한 진단과 구조적 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