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여왕 5월 호흡기 대표질환 관리 및 치료
비염, 발작적 재채기에 눈·코 자극…축농증·만성피로 동반
기관지 점막 영향 기도 좁아져 호흡 곤란·돌발기침 등 유발
꽃가루 극성기 외출 자제, 마스크 착용·짧은 실내환기 권장
코흡입 스프레이 등 스테로이드 처방 5~7일 연속사용 자제

▲서울아산병원 권혁수 교수가 꽃가루 알레르기의 증상과 대처 방안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온화한 기온에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등 친목성 나들이나 야외 레포츠 활동에 금상첨화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서서히 사라지는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온이 상승하고 바람이 많이 불면서 소나무·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삼나무 등의 수술(식물 생식 기관)에서 내뿜는 꽃가루가 산이나 들판 인근에는 멀론, 멀리 주택지까지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비염이나 천식(기관지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발생에 비상이 걸렸다.
알레르기는 일반적으로 해롭지 않은 외부물질을 우리 몸이 매우 위험한 물질로 착각해 면역세포들이 이를 제거하고자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꽃가루는 주로 환절기에 항상 어디에나 공기 중에 떠다니고 일반적으로 몸에 잠시 들어와도 해롭지 않고 몸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의 몸은 꽃가루를 기생충이나 세균처럼 매우 해롭고 위험한 물질로 착각을 한다. 꽃가루가 코에 들어오면 면역시스템이 비상 전시 상태로 돌입하게 되고 과잉 방어를 하면서 꽃가루를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키는데, 이를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알레르기 비염이다. 주요 증상은 △코막힘 △재채기 △맑은 콧물 △가려움 등이다. 외부 항원이 코에 들어오면 점막에 염증 반응이 과민하게 나타나면서 몇 초 내에 가려움증이 발생해 우선 발작적인 재채기를 하게 된다. 이어 맑은 콧물이 흘러나오다 코막힘이 생긴다. 눈물과 콧물이 동시에 흐르기도 한다.

▲정상인의 코 점막(왼쪽)은 붉은 기운이 감도는 반면, 비염 환자의 코 점막(오른쪽)은 창백한 색깔을 보인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 증상 방치땐 수면 악영향…축농증에 학습저하·정서장애까지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계속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우선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골이도 심해지고 수면무호흡증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기 때문에 만성피로가 생기고, 실제 뇌파를 찍어보면 비염 환자가 숙면에서 깨서 미세 각성 상태로 되는 경우도 10배나 높다.
숙면을 못 하면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떨어질 수 있고 행동장애나 정서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비염이 지속되면 축농증이 발생할 수 있고, 축농증은 만성기침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비염 환자 3명 중 1명은 천식으로 발전할 수 있어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비염이 발생했을 때 흔히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하나는 보통 약국에서 많이 살 수 있는 비강 수축제, 즉 코를 뚫어주는 스프레이로, 이런 약제들은 5일에서 1주일 이상 연속으로 쓰지 않는 것이 기본 용법이다. 다른 하나는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제 분무제인데, 이것은 다른 스테로이드와 달리 오래 써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권혁수 교수는 “ 증상이 심할 때만 간헐적으로 쓰면 염증이 다시 올라오기 쉬워 제대로 된 효과를 보려면 증상이 없을 때도 꾸준히 뿌려야 한다"면서 “매일 양치질을 하듯, 날마다 코점막을 관리해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하루아침에 콧물과 코막힘이 싹 사라지진 않지만, 며칠에서 몇 주간 지속해서 적용하면 잠 못들게 했던 비염 증상들이 서서히 개선된다
비염과 쌍벽을 이루는 천식은 폐로 연결되는 통로인 기관지에 알레르기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특정 물질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서 기관지가 심하게 좁아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증상은 기침과 호흡할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 호흡곤란, 가슴을 죄는 답답함이 생기며, 새벽에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경증일 경우 조기진단으로 적절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천식은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항원에 의해 기도의 점막이 자극을 받아 수축함으로써 호흡이 곤란해지는 질환이다. 특징적인 증상은 △기침(발작적 기침 포함) △천명음(목에서 쌕쌕 소리가 나는 증상) △숨참 △가슴 답답함 등이다. 주요 원인은 환절기와 대기오염,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화학물질, 감기와 스트레스, 흡연 등 다양한데 5월에는 이 중에서 꽃가루가 주범이다.
국제천식진료지침에 따르면, 증상 조절 및 악화 방지를 위해 흡입 스테로이드(증상 단계에 따라 저용량∼고용량)를 유지 치료제로 사용하고, 증상 악화 시 경구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약물이 그렇듯이 장기간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성모병원 이화영 교수가 천식 치료의 약물요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외출 뒤 비강세척·샤워, 정기적인 침구류 세탁·집안청소 필요
꽃가루 알레르기를 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인 물질인 꽃가루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실 생활습관으로 꽃가루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증상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에는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외출 시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차를 운전할 때에도 외부 공기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 순환을 하고, 창문은 항상 열어놓기 보단 일정 시간을 정해서 짧게 환기를 시킨다.
물을 많이 마시고, 귀가 후에는 비강 세척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또한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씻고 샤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옷은 자주 털거나 빠는 것도 집안 꽃가루 농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도 굉장히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침구류를 55℃ 이상에서 자주 빨고, 물걸레나 진공청소기를 이용해 청소도 자주 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이화영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로 피부 검사, 혈액 검사, 유발 검사 등이 있다"면서 “유발 물질의 종류, 증상의 발생 시점 및 양상에 따라 가능한 검사법이 다르며 검사의 위험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검사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최근 천식에 알레르기 면역요법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알레르기 항원을 소량씩 투여하여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면역요법은 최소 3∼5년 간의 치료가 필요하며, 질환에 의한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 약물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은 기본적으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라며 “면역요법이나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질환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것은 환자 개인별 맞춤형 치료와 꾸준한 관리"라며 “적절한 진단 및 치료로 건강한 삶의 유지가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