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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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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의 힘’…자존심 건 美·中 관세전쟁, 시징핀만 웃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5.13 12:07

미중 무역 협상서 관세 각각 115% 인하
트럼프 “중국과 무역관계 완전한 리셋” 주장

큰 양보 없이 관세 인하 챙긴 중국
美에 굴복하지 않는 이미지 구축
“100% 미국의 후퇴, 시진핑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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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로이터/연합)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고 무역 현안을 계속 협상하기로 합의했다. 서로에 대한 초고율 관세폭탄이 자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휴전 결정으로 미중 모두가 '윈윈'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이번 관세 전쟁의 승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양국 협상단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로에 대한 공동성명을 내고 서로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자존심이 걸린 관세전쟁에서 미국은 145%에서 30%로, 중국은 125%에서 10%로 각각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상대국에 기본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던 10%의 기본 관세에 펜타닐 문제로 부과한 20% 보편관세를 합친 것이다.


중국에 차등 부과되는 상호관세가 유예되고 10%의 기본 관세가 적용되는 셈인데 이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이자 오랜 동맹인 영국과 동일한 수준이다. 여기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양국이 펜타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미국의 대(對)중 관세가 20%포인트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관세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중국의 조치나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문제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달 4일 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없앨 것"이라며 “우리는 (무역 관계에서) 중국과 완전히 리셋(재설정)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강조하는 등 미국이 실리를 챙겼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중국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희토류 수출 제한이 완전히 해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중국 또한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와 구매를 늘리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2020년 1월에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가 그동안 이행되지 않았던 점도 이번 협상에서 안건으로 떠오르지 않았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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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EPA/연합)

여기에 지난 10~11일 미중 고위급 협상 장소가 스위스 제네바로 선정된 것도 미국이 비공개 협상을 선호하는 중국에게 양보한 결과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도이치뱅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과를 미리 소셜미디어 등에 공개하지 않았던 점이 주목을 받는다며 “협상이 존중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로, 이는 중국의 또다른 요구"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큰 양보 없이 요구사항만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 전에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을 이어왔다. 미국에 시장을 개방한 영국과 달리 저항을 통해서도 관세가 인하됐다는 '전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리서치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트레이 맥아버 공동창립자는 “미국이 한발 물러섰다는 점에서 중국이 바랄 수 있는 가장 좋은 결과라 할 수 있다"며 “이로써 중국은 앞으로 어떤 협상에서든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G 그룹의 린 송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별한 양보 없이 관세율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승리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중국 전문가는 “이것은 100% 미국의 후퇴"라며 “무역전쟁을 시작하고 확대한 것은 미국이었다. 중국은 대응에 나섰고 (이번 협상을 통해) 보복 조치만 철회했다"고 꼬집었다.


이번 관세 합의가 추진된 배경엔 미국이 협상에 더 시급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케네디 전문가는 “중국이 보복 관세뿐만 아니라 수출 통제 및 기타 조치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에서 후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은 시 주석의 국내 정채적 입지와 외교적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식이 이번 갈등에서 최대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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