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센터 하노이’ 옥상에서 바라본 하노이 전경. 1992년 한-베 수교 이후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하면서 베트남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여왔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그리고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에도 베트남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13%대를 기록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올해 연 성장률이 8%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
[하노이·호찌민(베트남)=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한류는 베트남인들에게 문화가 아닌 삶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는 현지인이 한 말이다.
10월 30일∼11월 7일(현지시간) 직접 찾은 베트남. 노태우 대통령 시절 한국과 수교한 이후 경제·문화·사회 등의 측면에서 베트남이 얼마나 큰 변화를 이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류 열풍이다. 1995년 베트남 국영방송 VTV에서 한국 드라마 ‘내 사랑 유미’가 첫 방영된 이후 ‘의가형제’, ‘가을동화’, ‘대장금’ 같은 한국의 주력 드라마들이 베트남에 자리잡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선 한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빌보드 베트남에선 지난 1월 14일부터 주마다 ‘베트남 핫 100’ 차트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후 BTS·빅뱅·블랙핑크 같은 유명 아이돌 그룹이 종종 1위를 석권해왔다.
기자가 방문한 호찌민시의 한 술집에서 케이팝 노래가 흘러나왔다. 최신 가요가 아닌 10년 전쯤 선보인 곡인데도 현지인들은 아는 듯 음악에 맞춰 춤추기도 했다.
![]() |
▲지난 4일(현지시간) 방문한 베트남 CGV에서 한국 영화 ‘공조 2 인터내셔날’이 상영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한류가 베트남에 상륙한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선 한국 영화·드라마·음악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
석진영 베트남 한국문화원장은 현재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1~10위권을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 국면에 접어든 올해 베트남 한국문화원은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오프라인 활동도 본격화했다. 열리는 행사마다 적게는 8000여명, 많게는 수만명이 참석했다.
석 원장이 소개한 홍보활동 가운데 관심을 끈 사례는 지난달 2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호찌민사범대에서 진행한 한국 작가와 만남의 행사였다. 이 자리에 ‘가시고기’ 조창인 작가가 참석했다. 초청된 현지 독자 160명 모두 조 작가의 사인을 받았다. 이것만 진행하는 데 2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드라마·영화·음악을 넘어 도서 분야(K북)에서도 새로운 한류 열풍이 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베트남 국영통신사 VNA에 따르면 박낙종 전 베트남문화원장은 한류의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베트남 유학생들의 증가세, 한국산 드라마와 한국 여행의 인기, 한국 관광, 화장품 등 K뷰티의 매력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촬영한 한-베 수교 30주년 기념 로고. 이 로고는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주한 베트남대사관이 양국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전에서 선정된 최우수 작품이다. 이번에 접수된 작품은 총 775건. 이 가운데 심사와 투표 과정을 거쳐 베트남 시민 응오 꽝 쭝의 작품이 최우수작으로 최종 선정됐다(사진=박성준 기자). |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22일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지난 30년간 놀라운 수준으로 관계를 발전시켰다. 양국은 수교 30주년에 앞서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지난달 합의했다.
현재 한국은 9300개가 넘는 누적 프로젝트를 보유한 베트남 최대의 외국인 투자 국가다. 800억달러(약 105조5200억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를 기록해 대(對)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 규모는 780억달러로 30년 전에 비해 150배 늘었다. 양국은 2023년과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각각 1000억달러, 1500억달러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LG·효성·롯데 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까지 합해 8000개가 넘는 기업이 베트남을 기회의 땅으로 삼아 현지에 진출한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 수출의 25~30%를 차지한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로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베트남에서 창출됐다. 삼성전자 1차 벤더로 지정된 베트남 기업은 2014년 4개에서 지난해 말 51개까지 급증했다.
![]() |
▲하노이에 위치한 우리은행 호안끼엠 지점. 이 지점에서 근무 중인 현지인 은행원들은 ‘한국어 가능’ 등의 문구로 고객들을 안내한다. 실제로 한국어 구사 능력이 탁월하다. 우리은행은 1997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해 하노이 지점을 신설했다(사진=박성준 기자). |
![]() |
▲롯데센터 하노이 전경. 지상 65층 규모의 롯데센터 하노이는 2014년 준공 이후 8년 동안 하노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건물 안에 롯데호텔 하노이를 비롯해 롯데백하점 하노이점과 롯데마트 하노이점도 함께 입점해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
양국이 서로 윈윈하는 사례도 있다. 하노이에서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65층 규모의 마천루 ‘롯데센터 하노이’에 위치한 ‘롯데호텔 하노이’가 세계 최상위 호텔 25위 명단을 장식한 게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 따르면 롯데호텔 하노이는 ‘2022 트래블러스 초이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톱25 호텔 부문에서 13위를 차지했다.
트래블러스 초이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는 트립어드바이저가 선정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 플랫폼에 등록된 모든 호텔 가운데 상위 1%라고 보면 된다. 한국으로선 국가 브랜드 제고라는 효과를, 베트남으로선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효과를 누려 양측이 서로 수혜 입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해 초 한국을 방문한 부이 타잉 선 베트남 외교부 장관은 VNA에 양국 관계를 두고 "지금이 최상의 수준"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 |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발간하는 영자 일간 ‘비엣 남 뉴스(Viet Nam News)’. 10월 18일자에 대(對)한국 관계를 주제로 한 기획기사가, 10월 31일자엔 이태원 참사 관련 기사가 실렸다(사진=박성준 기자). |
한국과 베트남의 유대관계가 강화하고 있음을 반영하듯 VNA에서 발간하는 영자 일간 비엣 남 뉴스(Viet Nam News) 10월 18일자 전면에 ‘Seoul mates(서울 메이트)’라는 제목의 기사도 실렸다. 비엣 남 뉴스는 양국 관계를 ‘소울 메이트’에 비유해 집중 조명했다. 당시 한국과 베트남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4면부터 15면까지 총 12개면에 걸쳐 실었다.
비엣 남 뉴스는 10월 31일자 전면에서 ‘Forever in our thoughts(우리 생각 속에 영원히)’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기자가 베트남에서 방문한 인민일보, VNA, VTV, AJC(베트남 저널리즘 및 커뮤니케이션 아카데미), SGGP 등 베트남 공산당 기관의 관계자들은 한-베 수교 30주년에 더 긴밀한 상호협력을 기대한다고 합창했다.
![]() |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베트남 전문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