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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흉흉한 게 꼭 세기말 같아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1.06 12:59

김기령 건설부동산부 기자

증명사진_김기령
"요즘 부동산 시장 국면을 보고 있자니 세기말 당시 느낌이에요."

최근 건설·부동산 업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A씨는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세기말 같다"라는 한 마디로 이 뒤숭숭한 상황을 정의했다.

지난 1999년은 2000년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혼란과 불안의 시기였다. 컴퓨터가 2000년을 표기하지 못해 오작동해서 통신이 마비된다는 ‘Y2K’ 가설에 힘입어 지구 종말론까지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공포에 사로잡혔던 때다.

실제로 세기말은 아니지만 2023년 새해를 두 달 앞둔 건설·부동산 시장 국면은 ‘Y2K’ 공포를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4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은 1년 만에 초스피드로 하락했다. 올해 집값 하락을 전망했던 전문가들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떨어질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집값 급락은 부동산 경착륙 우려까지 양산했다. 신고가 경신이 줄을 잇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광경이다. 거래절벽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공인중개업소 한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종종 들린다. 이사 수요가 많아야 수입이 발생하는 인테리어업체, 이사·청소업체 종사자들도 매출 감소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우발채무 우려로 인한 ‘건설사 부도 임박’이라는 지라시가 지난 2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대형 건설사 9곳이 자금난에 부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라시만 보면 ‘조만간 건설사가 다 망하겠다’ 싶을 수준이었다.

결국 지라시에 언급된 건설사들이 모두 내용을 반박하고서야 잠잠해졌다. 하지만 해당 지라시에 언급된 한 건설사는 최근 총력을 다 했던 서울 내 알짜 재개발 사업 수주에 실패했는데 그 원인이 부도설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는 게 기쁘지만은 않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한국은행도 연내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한 거래절벽, 영끌족 불안, 건설사 부도 가능성 등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다들 어떻게든 버티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내년까지 이대로 간다면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질 텐데 걱정"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이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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