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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 사진=김하영 기자 |
20세기 글로벌경제를 제조와 금융 중심의 ‘골리앗기업’이 이끌었다면, 21세기 경제는 혁신창업기업 스타트업(start-up) ‘다윗기업’이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최근 20여년 간 글로벌 경제와 시장의 변화의 주인공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타트업이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알리바바, 틱톡은 물론 국내의 네이버, 카카오, 넥슨, 쿠팡 등도 시작은 개인창업에서 출발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이 역외와 역내 경제에서 새로운 부가가치, 새로운 직종(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있다.
한낱 목동에서 당당한 장군로 성장한 ‘스타’ 스타트업을 꿈꾸며 벤치마킹하는 국내외 창업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 위한 과정은 매우 험난하다. 스타트업(창업)은 했지만 점프업(성장)하기까지 성공보다 좌절이 더 많은 ‘정글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부단히 돌팔매질을 연마하는 ‘다윗 후예’ 스타트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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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하영 기자]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산업현장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로봇들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로봇기술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국내를 대표하는 로봇으로 ‘휴보(HUBO)’를 꼽을 수 있다. 휴보는 지난 2004년 한국 최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키 120㎝, 몸무게 55㎏의 ‘인간형 로봇’㎏으로, 35㎝의 보폭으로 1분에 65걸음(시속 1.25㎞)을 걸을 수 있다.
휴보를 개발한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011년 2월 로봇 스타트업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업해 주목받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다양한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로봇 플랫폼 전문기업이다. 창업자인 오 교수는 현재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로봇 개발의 중심역할을 맡고 있으며, 제자인 이정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허정우 기술이사, 임정수 기술이사가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보 구매를 희망하는 해외 바이어들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당시 미국과학재단(NSF)에 휴보 6대를, 싱가포르의 국책연구기관에 휴보 2대를 공급하는 등의 계약을 체결하며 매출을 실현했다. 이후 휴보는 전 세계 연구기관 과 기업, 대학에 연구목적용으로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런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일대 변화가 온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이정호 대표는 "휴보를 계속 개발할지, 아니면 일반적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할지 결정의 시기가 왔다"며 "많은 고민 끝에 협동 로봇을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지금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동 로봇은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이다. 협동 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하며 물리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일컫는다. 인구 고령화, 주 52시간제 도입 등에 따른 인간 노동의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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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로봇 ‘RB 시리즈’.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대표 협동로봇 제품은 ‘RB 시리즈‘이다. RB 시리즈는 6축 협동로봇이다. 사용자의 작업 환경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이 있으며, 전 제품 모두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인증기관 TUV SUD의 CE 인증과 KCs 인증을 획득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강점은 협동로봇의 핵심 부품 내재화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휴보를 만들면서 많은 기술이 필요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개발을 하면서 우리만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면서 "지난 2019년 7월 출시한 RB 시리즈는 자체개발한 구동기, 엔코더, 브레이크, 제어기 등 핵심 부품을 적용해 약 50% 원가율로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군사용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대기업인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국내 최초로 전장과 테러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다족보행로봇 개발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오는 2024년까지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본체, 임무장비, 원격조종장치 등 시제품을 육군에 납품한다는 목표이다. 대테러작전용 다족보행로봇은 4족보행 로봇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장소에서 사람 대신 투입돼 주위를 살피는 용도로 사용된다.
또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천체ㆍ위성 등 우주 관측에 필요한 초정밀지향 마운트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로봇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초정밀지향 마운트 시스템은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무인으로 운영하는 전 세계 6곳의 관측소와 군사 시설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회사의 성장 과정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의 해외지사화 사업을 통해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코트라가 해외에서 직원처럼 현지 로봇업체들을 발굴해 줘 다양한 기술 정보와 사업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었다.
이정호 대표는 "RB 시리즈는 작업을 하기 위한 팔 역할"이라며 "내년 여름까지 이동에 필요한 바퀴를 장착한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어 상용화시킬 예정이며, 이후에 비전 시스템 개발도 서두를 것"이라며 향후 비전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기존에 보유한 로봇 기술을 응용해 자율이동 로봇, 의료용 로봇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면서 종합로봇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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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개최된 ‘2022 로보월드’에서 사족보행 로봇 ‘RBQ 시리즈’가 관객들 앞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레인보우로보틱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