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력발전(사진=로이터/연합)
날씨 등 외부 조건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이 변동하는 간헐성 문제가 업계 최대 고민거리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 상품에 눈길을 돌리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파라메트릭보험'(지수형보험)으로 간헐성을 보완하는 태양광 및 풍력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리의 마셀 스테펜 레이프 기상 부문 총괄은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 속 등장한 파라메트릭보험은 사전에 정한 지표인 지수가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주로 지진강도, 강우량, 기온 등이 보험금 지급 기준이다. 폭염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하루 3달러씩 자동으로 계좌에 입금되는 보험이 인도에서 출시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다만 미리 정해진 조건에 조금이라도 미달될 경우 보험금은 입금되지 않는다.
주목할 부분은 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일조량 부족, 저조한 풍속, 기후재난에 따른 발전시설 손상 등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파라메트릭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폭우, 산불 등의 재난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는 데다 바람 속도나 일조량 등에도 변화가 생기자 이에 따른 손실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국 텍사스주에선 태양광 발전소가 잦은 우박으로 피해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겨울엔 폭풍으로 풍력 터빈이 손상을 입는 경우가 상당하다. 호주에서는 구름이 해를 가리는 경우가 더 많아진 반면 풍속은 느려지고 있다. 스위스 최대 보험사 취치리 보험 그룹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업체들이 홍수, 산불 등으로부터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유럽 전체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중 절반 가량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서 일조량이 급감하기 시작했고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선 풍속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인도에서는 1980년부터 2016년까지 풍력 발전량이 10년마다 0.77페타와트시(1페타와트=1000조와트)씩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렇듯 기후변화가 재생에너지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속출하자 뮌헨리는 중국과 인도로부터 처음으로 파라메트릭보험을 요청 받았다고 전했고 또다른 글로벌 보험사인 윌리스타워왓슨는 2023년부터 인도 업체들로부터 수요가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데카르트 언더라이팅도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풍력 관련 파라메트릭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보험금이 빠른 속도로 지급된다는 점도 또다른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2021년 당시 초대형 태풍 라이가 필리핀을 강타하자 재생에너지 발전시설들이 손상을 입었는데 현지 최대 발전사 아보이티즈는 30일이내 파라메트릭보험금을 지급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와 관련,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김정원 박사는 “극단적인 날씨 현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더 심각하고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재생에너지 산업이 위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파라메트릭보험 상품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