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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대재해법, 생명보호가 우선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3 16:30

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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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니 성장산업부 기자.

지난 15일 SPC 계열사 SPL의 경기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사망한 사건에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뿐 아니라 안일한 사후 대처로 온라인에선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SPL 사업장이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란 점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망원인이 질식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와 유족들은 ‘2인 1조 근무’였다면 살릴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인1조 근무는 현행법에서 의무조항은 아니지만, 회사 지침으로 규정돼 있은 것으로 알려져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도 농후하다는 게 노동계의 견해다.

실제로 유족 측은 SPL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과 대표이사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모기업인 SPC그룹은 사고 이틀 뒤인 17일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론 무마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다음날인 16일 사고 현장만 천막으로 가린 채 일부 배합기를 가동한 데다, 같은 날 대표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영국 런던 진출 보도자료만 언론에 배포하는 등 여론의 눈 돌리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 6일만에 허영인 회장과 황재복 총괄사장을 필두로 SPC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해 안전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대책도 밝혔지만, 회견장에서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 등 사과와 대책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SPL 제빵공장 사망사건을 포함해 최근 산업현장 인명피해 사건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조항 중 ‘기업인 처벌 조항’을 완화하는 쪽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적절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정신은 ‘기업인 처벌’이 아니라 ‘노동자 죽음 예방’이다. 기업인 처벌은 차후이며, 기업(인)이 사업장의 산업안전을 법대로 지켜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최우선을 두자는 취지다.

하루가 멀다않고 사업장에서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을 갈라치기하려는 정부여당 등의 움직임은 고인들을 모독하는 행위이자 자유 세계시민의 규범에도 반하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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