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8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윤하늘

yhn7704@ekn.kr

윤하늘기자 기사모음




[K-RE100 길을 찾다⑥(끝)] 호주 국민 '그린파워 시스템'에 익숙…기업도 '녹색요금제' 적극 참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8 16:46

신재생에너지 비싸도 선호 81%

지붕형 태양광 보급률 세계 1위

온실가스 줄이고 재생산업 발전



<글 싣는 순서>

1. ‘한국형 K-RE100’ 국민 이해도 증진과 발전방안

2. ‘K-RE100’과 녹색프리미엄 개선방안

3. ‘K-RE100’과 녹색요금제 사회적 가치 창출방안

4.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독일)

5.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영국)

6.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호주)

ㅇㅇㅇ

▲호주 시드니의 한 사립고등학교 옥상.


[시드니(호주)=에너지경제신문 윤하늘 기자] "호주의 전 국민은 그린파워(Green Power) 시스템에 익숙합니다.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국민적 의식이 강하고, 유리창을 활용한 태양광 패널을 개발하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민 의식에 대형 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중소형 기업들까지도 전부 녹색요금제에 참여하고 있어요."

호주 시드니를 방문, 지난달 22일 현지에서 만난 한 사립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호주 국민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의식과 현지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호주의 그린파워는 호주 정부의 재생에너지 인증 프로그램이다. 주민을 대신해 에너지 공급자가 구매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 풍력, 바이오메스 같은 재생 가능한 깨끗한 공급원으로부터 생산된 에너지를 말한다.

그린파워는 녹색요금제의 일종으로 1997년부터 시작됐다. 녹색요금제는 선택형 전력 요금제로 소비자나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일반 전기요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사는 제도이다.


◇ 호주, 그린파워로 ‘재생에너지’ 국민 의식↑


K-RE100(한국형 RE-100)이 국내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전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RE100은 마케팅 차원을 넘어 생존전략이 됐다. 해당 기업들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갈수록 강화되는 온실가스 관련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이에 따른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는 중이다.

호주 등 외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환에 일찌감치 뛰어든 상태다. 광활한 면적을 가진 호주는 다양한 에너지 자원으로 풍부하다는 평가다. 호주는 RE100 실천에 앞서 그린파워시스템을 도입·운영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의식을 키워왔다.

그린파워엔 현재 77만8000명의 가입자가 참여하고 있다. 그린파워를 구매함으로서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방출 삭감량은 5만7000톤에 달한다. 그린파워는 시드니가 주도인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가 가정 먼저 실시했고, 2000년부터는 국가그린파워확산그룹(NGPSG·National Green Power Steering Group)으로 알려진 참여기관 협의체에 의해서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NSW주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린파워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그린파워 프로그램은 온실가스감축 뿐 아니라 그린 산업의 육성과 시민들의 환경 교육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린파워는 에너지 공급자의 구매 및 판매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를 통해서 시민들을 대신해 이들이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는지 감시하고 있다. 매일 몇 센트 정도의 추가 전기 요금을 지불하고 그린파워 구매를 선택하면 이 돈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 분야에 투자된다.

소비자가 그린파워 인증 상품을 선택하면 에너지 공급자는 승인된 새로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비자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재생 가능한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호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약 50%는 전기 사용으로부터 나온다. 100% 그린파워를 사용한다고 가정한다면, 가정에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발생량의 50%를 감소시킬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분기별 150호주달러(연간 600호주달러) 전기요금을 100% 그린파워로 바꾸면 매년 1.1대 차량이 도로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와 동일한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그린파워 인증 기준 대상에서 △바이오매스 발전에 있어서 자연산림 폐기물을 사용하는 경우 △강의 흐름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수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 △ 1997년 이전 건설된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 등은 제외된다.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 시설은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설의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1997년부터 만들어졌다. 그래서 1997년 이전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생산된 전력은 그린파워 인증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호주의 태양광 패널 설치 업체 직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인식이 높다"며 "그린파워가 자리잡으면서 재생에너지 수요 확대가 높아졌고, RE100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KakaoTalk_20221018_093403105_04

▲호주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

KakaoTalk_20221018_093403105_03

▲호주 시드니 올림픽 경기장.


◇ 호주 국민, 재생에너지 선호 82%…일등공신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 호주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을 놀라게 할 만큼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환경적 요소를 반영했을 정도로 가장 앞서 나갔던 국가 중 하나다.

시드니 뉴잉톤 선수촌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참가 선수단 전원이 한 곳에 머물 수 있는 태양열 주택으로 건설됐다. 올림픽 파크 안에 30m 높이의 태양광 발전 탑 19개를 설치, 밤에도 대낮처럼 주위를 밝힐 수 있도록 했다. 실내에서 오염된 공기는 천장에 설치한 태양열판으로 가열해 자동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대부분의 주택 평면이 태양광에 맞게 설계돼 지구 남반부에서 가장 큰 ‘솔라 시티’가 됐다.

호주 에너지시장기구(AEMO)는 지난 2019년 남부에 위치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전체 세대의 전력량 수요 중 52%를 신재생에너지가 공급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호주의 에너지전환을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은 태양광이다. 호주의 주택 지붕형(루프탑) 태양광 보급률은 세계 1위다. 호주 전역의 3가구 중 1가구에 해당하는 200만 주택에 설치돼 있다.

호주의 주택용 태양광 패널 보급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주정부에서 다양한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정책(SRES·Small-scale Renewable Energy Scheme)을 통해 개인 및 소규모 사업체에서 가정용 태양광 패널, 태양광 온수 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비용을 지원한다.

태양광을 설치하면 자유롭게 전기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료를 절약해서 전기세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호주의 경우 태양광 업체들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지붕의 기와도 보호가 되고, 페인트 칠 보수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호주는 해양 지역을 제외하고 육지만 고려했을 경우 세계에서 가장 좋은 햇볕을 보유한 지역이다. 태양광 패널 85% 효율에 따라 연간 평균 하루 약 20킬로와트(KW) 전력이 생산되며, 태양광 설비 설치 후 4.1년 안에 투자금액을 회수 할 수 있다고 한다.

태양광발전은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으로 태양광 모듈 가격의 급격한 하락 및 건설기간 단축으로 호주 대부분의 지역에서 화력발전과 동등한 비용을 나타내는 ‘그리드패리티’를 넘어섰다. 과잉 생산된 전력도 자동으로 발전소와 전력회사에 판매해 기간 투자를 할 수 있다.

호주의 태양광 누적 설비는 20기가와트(GW)이고, 이 가운데 가정용 설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태양광 신규 설비 용량 3.6GW는 호주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 용량의 51.4%, 2020년 누적 설비 용량은 2015년보다 4배 증가한 20GW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32GW에 달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이 호주에서 자리 잡으면서 호주 국민들은 재생에너지를 선호한다. 지난 6월 진행된 전국 여론조사 결과 호주인 81%는 재생에너지가 전통 전력원보다 값이 비싸더라도 재생에너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17%만이 환경 영향이 있더라도 석탄과 가스 등 전통 에너지원을 선호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응답자 중 57%는 기후 변화를 ‘중요한 위협’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 테러리즘(68%) 다음으로 순위가 높았다.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직원은 "호주 국민들은 대다수가 태양광을 당연하게 이용해야 하는 줄 안다"며 "이로 인해 일반 국민이나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산에 참여할 수 있어 수요 차원에서의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세계 9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 1위 국가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녹색요금제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2012년 전력산업인프라구축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전력산업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비용에 대한 소비자 의식 및 지불의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녹색요금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발적 소비자 참여 제도"로 평가됐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력의 가격이 일반 요금보다 더 비싼 탓에 이에 대한 수용성, 요금제 설계 등의 문제가 걸림돌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RE100 등의 영향으로 녹색요금제 도입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녹색요금제를 필요로 하는데다 국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밀고 있는 만큼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해당 요금제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KakaoTalk_20221018_093403105

yhn770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