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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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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100 길을 찾다②] "재생에너지 가격 외국보다 싸야 RE100 기업 수출 경쟁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05 16:35

‘K-RE100’과 녹색프리미엄 개선방안…"공급 확대 필요하지만 가격 낮추는 게 더 중요"



"무늬 뿐인 녹색프리미엄제도…재생에너지 골라 쓸 수 없는데 한전 사용 확인서 발급"

<글 싣는 순서>

1. ‘한국형 K-RE100’ 국민 이해도 증진과 발전방안

2. ‘K-RE100’과 녹색프리미엄 개선방안

3. ‘K-RE100’과 녹색요금제 사회적 가치 창출방안

4.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독일)

5.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영국)

6.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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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은 글로벌 에너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위기극복을 위한 생존전략이 됐다. 무엇보다도 기업 중심의 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ESG 경영, 글로벌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조달) 자발적 참여 증가 등 탈탄소 체제로의 급속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에 맞춰 한국형 K-RE100의 국민적 관심 제고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기반의 수출주도형 산업구조를 지닌 국가로 전력소비가 많고 전력소비에 비례하여 탄소량 배출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과 구글 등 다국적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관계 속에 상품 수출을 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글로벌 RE100 가입 숫자가 늘면서, 이들은 국내 협력업체에도 상품생산에서 재생 에너지사용 실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한 우리 기업의 재생에너지 구매 가능 수단이 한국형 K-RE100이다.

기업들은 K-RE100 재생에너지 인증서 획득함으로써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사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특히 수출주도형 기업은 상품의 브랜드에 대한 대외 신뢰도를 높이는데 장점으로 작용되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RE100 가입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를 근거로 별도의 가입 조건이 없는 K-RE100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현재 한국형 K-RE100의 법적 근거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중 ‘재생에너지사용인정제도’이다. K-RE100의 발전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연말에는 에너지믹스 조정을 포함한 새정부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의결이 예정돼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K-RE100의 지속 가능성도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이 자사 소비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확보, 전환하자는 운동이다. 한국형인 K-RE100은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캠페인이지만 방법상 상당한 차이가 있다. 즉 기업이 녹색 프리미엄 요금 지불,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간접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제도다. 녹색프리미엄제도는 RE100 추진 기업들이 일반 전기요금에 웃돈을 얹어주고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력을 오는 대가로 구입 전력량에 대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발전 전력 판매 수익에 더해 발전량 만큼 일종의 보조금 수령 쿠폰으로 발급받는 추가 소득원으로 기업들은 이를 구입해 RE100을 이행한다.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해 녹색 프리미엄 요금을 지급하든, REC를 구입하든 일반 전기요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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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에너지 구매 보상가격,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월등히 높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RE100 캠페인에 적극 참여를 하고 있다. 향후 5년 내 모든 해외 생산시설에서 RE100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ESG 및 기후변화 대응전략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취지다.

다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높은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문제는 물론 관련 제도도 미비한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국내 전력 사용량 1위 삼성전자가 ‘신환경경영전략’을 통해 RE100 가입을 천명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소식에 재생에너지 확산이 급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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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흥캠퍼스의 태양광 발전 시설. 제공=삼성전자


올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7.5% 수준에 불과하다. 수립 추진 중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1.5% 수준으로 담겼다. 여전히 기업들이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이 녹록치 않은 환경이다.

연간 1만 8410기가와트시(GWh) 규모 전력 수요자인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RE100을 한다는 것은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자가 소비하거나, 전력구매계약(PPA) 등을 통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다른 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람과 햇볕 조달에 문제가 없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대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PRS) 물량 중심의 보급목표와는 별개로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 삼아 스스로 자체 조달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와 높은 발전단가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원론적으로 수요와 공급 간의 일치는 결국 가격이 결정한다. 한전은 현재 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단가 기준인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에 REC 판매금액까지 더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에 보상한다. 즉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한전에 전력을 팔지 않고 RE100 기업에 직접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면 이런 보상가격을 포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로선 굳이 비싸게 사주는 한전 대신 민간기업에 저렴하게 팔 이유가 없다. 다시 말해 RE100 기업도 결국 재생에너지 보상가격을 내야만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다. 설사 RPS 시장과 별도의 RE100 시장이 개설되더라도 사실상 기준가격은 REC가 포함된 보상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보상가격은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국내 RE100은 재생에너지 조달이 문제가 아니라 애당초 해당 가격을 주고 구매할 만한 수요 자체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대외적으로 RE100을 선언한 것과 실제 실행 여부에 의문 부호가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RE100 이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단 선언을 한 것이고 국내나 해외 사업장에서 구체적인 도입 여부나 진행 상황은 아직까지 공유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RE100 캠페인 이행 방안 중 하나로 도입된 ‘녹색프리미엄’ 사업은 무늬뿐인 제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녹색프리미엄 사업은 지난해 시작됐으며, 올해까지 총 4번의 입찰을 통해 총 689억 원의 재원이 마련됐다.

문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상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골라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기업 및 공공기관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과 전혀 무관하지만 매년 2회 입찰을 통해 RE100 이행 실적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2년 간 재원 조성 현황을 살펴보면 △100억 원 이상 구매 2곳 △10억 원 이상~100억 원 미만 9곳 △1억 원 이상~10억 원 미만 17곳 △1000만원 이상~1억 원 미만 29곳 △1000만원 미만 34곳 등이다.

이렇게 조성된 재원은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입된다. 하지만 지난해 조성된 재원 중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사용된 금액은 태양광 설치 지원사업(32억 원)에 불과했다. 올해 조성한 542억 원의 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 목적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기업과 공공기관들의 돈만 쌓아 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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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내 RE100 활성화,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낮춰야 실현 가능"

전문가들은 국내 RE100 활성화는 재생에너지 보상가격 인하에 달렸고,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RE100이 수출이나 기업 이전 등 국제무역과 연관되어 있다면 국내 발전단가를 인하, 국내에서 ‘그리드 패리티’(석유 · 석탄 따위를 쓰는 화력발전과 태양 · 바람 등을 이용하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를 이루는 것 자체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며 "다른 국가들의 발전단가(또는 가격)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도 충분히 저렴해야, RE100이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또 "국제무역이론에서 발전단가 등 상품의 생산단가는 부존자원이나 자국 내 시장규모 등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이미 일조량이나 풍속 등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춘 토지 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이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한 중국의 자국 내 시장규모야말로, 중국이 재생에너지 자체를 넘어 태양광·풍력 관련 소재·부품·제품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우리가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득이하게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호주나 캐나다·사우디 등은 부존자원이 풍부하지만, 규모화에는 한계를 지닌 협소한 자국 시장규모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수출을 위해 매개체인 청정수소 개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아쉽지만 우리나라는 부존자원·국내 시장규모 모두 열위에 있다. 그만큼 RE100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굳이 RE100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무엇보다 우리 여건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며 "가령 우리에게 더 유리한 원전 등 무탄소 전원을 100% 사용하는 CF100(Carbon Free 100)으로 전환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방편일 수 있다. 혹여 재생에너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힘들다면, RE100의 범위를 국산 재생에너지를 넘어 청정수소 형태로 수입한 해외 재생에너지까지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울러 "K-RE100의 중심은 재생에너지 100%에 기반한다. 지난 1분기 기준 신재생에너지 태양의 신규 보급비는 전년대비 12%가 줄었다. 태양광 발전 신규 보급률이 줄어든 이유는 지자체 이격거리 등 규제강화와 경제성하락이 원인"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추후 태양광·풍력 등 기존 재생에너지원과 더불어 CCS(탄소 포집·저장),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전원 기술 개발과 상용화까지 기술적 재정 지원과 준비 시간을 벌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으로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이어 "중소기업, 지자체등 참여 기업을 위한 정보 부족 현상 해결이 중요하며 참여기업들의 K-RE100 선언에 앞서서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해야 한다"며 "또 지자체와 관련 기관들은 상호 협력체계 구축과 제도적 미비점도 파악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전혀 준비가 안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맞춤형 모델 개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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