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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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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100 길을 찾다③] "재생에너지 사용은 기업 지속가능 ESG경영 필수 조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1 14:15

‘K-RE100’과 녹색요금제 사회적 가치 창출방안

"기업 RE100 참여 국내 여건 열악…재생E 공급 적고 가격도 너무 비싸"

"기업 REC구매·직접계약조달 비용, 녹색프리미엄보다 각 5·10배 더 들어"

SK그룹, 올해 ESG경영 사회적 가치 1조5329억 창출…"기업 재생E 수요 갈수록 커질 듯"



<글 싣는 순서>

1. ‘한국형 K-RE100’ 국민 이해도 증진과 발전방안

2. ‘K-RE100’과 녹색프리미엄 개선방안

3. ‘K-RE100’과 녹색요금제 사회적 가치 창출방안

4.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독일)

5.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영국)

6. 선진 독일 녹색요금제 현장을 찾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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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분당신도시 네이버 신사옥 ‘1784’의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기업들도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한국형 RE100’(K-RE100)에 뛰어들었다. K-RE100이 탄소 중립실현과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기업 경영에 필수 조건이 된 만큼 수출 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K-RE100 제도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사회적가치 실현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 "K-RE100 기업 참여 이끌어야"

지난해 1월부터 K-RE100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기업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한국전력공사는 녹색프리미엄 입찰을, 한국에너지공단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 시범사업을 각각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이들 RE100 이행수단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기관들도 RE100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치면서 글로벌 RE100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 왔다.

RE100은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캠페인이다.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제안으로 2014년 시작됐다.

기업은 RE100을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운영해 직접 전력을 조달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전력이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이행할 수도 있다.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등 SK그룹 계열사와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 계열사,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해외기업으로는애플·구글·BMW·메타·마이크로소프트·지엠·나이키·인텔·3M·샤넬·듀퐁·스타벅스·버버리·이베이·화이자 등이 참여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19년부터 RE100을 이행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를 준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가입이 늘고, 하위 공급사들에 대한 이행 요구도 강해지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이 좀 더 쉽게 RE100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K-RE100 제도를 도입했다.

산업부는 K-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 수단으로 △녹색프리미엄제 △ REC 구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지분투자 △자가발전 등을 뒀다.

K-RE100 누적 참여 기업수는 이달 기준으로는 195개다. K-RE100의 주요 참여 기업으로는 SK텔레콤 등 SK그룹사와 LG화학 등 LG 그룹, 한화솔루션, 넥센타이어, 아모레퍼시픽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과 농협은행, 공기업으로는 한국전력공사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남동·서부·중부발전이 각각 가입했다.

단, 이들이 택한 K-RE100 방식 대부분은 녹색프리미엄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RE100’의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K-RE100에 참여한 기업 중 90%에 달하는 기업이 녹색프리미엄을 이용하고 있다.

녹색프리미엄은 전기소비자가 일반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프리미엄’을 얹어 좀 더 비싼 가격으로 한전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것이다. 녹색프리미엄은 기존 설비를 기반으로 쓰는 것이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새로 늘지 않는다. 이에 재생에너지를 조달했다는 인증은 되지,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되지 않아 실제로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물론, REC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어 녹색프리미엄보다 5배 이상 비싸게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은 전기소비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 사이에서 한전이 망 이용료와 각종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녹색프리미엄 대비 10배 가량 비싸다. 제3자 PPA는 한전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기업이 전력거래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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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 로고.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 K-RE100, 실질적 해결책은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수출이 많은 국내 기업 특성상 재생에너지 사업에 정부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K-RE100’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중요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적 탄소 장벽’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RE100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입법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내년부터 CBAM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CBAM를 통해 유럽 내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생산시설 규제가 취약한 지역에 재해 저탄소 제품 생산의 불이행에 따른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친환경을 하지 않게 되면 생산원가가 상승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도 수출 비중이 큰 철강 부문을 포함해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등이 과세 대상이 됐다. 즉 RE100과 그린택스노미(녹색분류체계)는 수출입을 많이 하는 나라일수록 큰 영향을 받는 비대칭적 규제로 볼 수 있다.

단, 한국은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타국에 비해 재생에너지공급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올 1분기 기준 총 3만6360기가와트시(GWh)로 전체 전력생산의 6.3%이다. 주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내 사업장의 경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공급이나 부족한 공급량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제도가 잘 구축된 외국과 달리 국내는 이 같은 인프라도 현저히 부족하다. 기업들의 기존 전력 사용량을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사실상 없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재생에너지는 전체 발전량 중 7.5%에 불과하다.

전력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품 등 산업은 이대로 가다간 산업 측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KDI(한국개발연구원)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으면 반도체 수출이 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디스플레이는 40%, 자동차는 15% 등 수출 산업 전체에 타격이 생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가 K-RE100 기업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비용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문제 해결의 실효성은 없다는 분석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에서 구매한 재생에너지 REC를 국내에서도 인정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콘퍼런스를 열기로 하는 등 각종 노력을 하고 있지만, 반도체 산업 등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은 RE100 가입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중국 등 재생에너지 제도가 굉장히 잘돼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국내는 REC 등 여러 제도가 부족한 상황인 만큼 K-RE100은 물론, 글로벌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기업에 숨통을 터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되는 제3자 PPA 방식이 가격 문제로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나온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K-RE100에 적용된 제3자 PPA는 한전이 중개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PPA라고 할 순 없지만, 전기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줬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제도 개선"이라면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한전의 중개 없이 전기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재생에너지 PPA 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RE100에서는 재생에너지 직접 PPA가 가장 효율적인 이행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직접 구매해 사용함으로써 재생에너지 확대와 온실가스 감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어서다. 직접 PPA 거래가 허용되는 발전원은 태양광·풍력·수력·바이오·지열·해양에너지로 한정된다.

그는 "직접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는 장기 고정가격계약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고, 구매자도 한전의 전기요금 상승이라는 위험부담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며 "단순히 구매자의 선의와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기보다는, 온실가스를 과다 배출하는 석탄, 가스화력발전소에 대한 환경 비용 부과를 통해 구매자들이 재생에너지를 선택할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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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차역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 "지속 가능한 데이터를 축적해야"

K-RE100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야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K-RE100에 동참한 기업들의 관련 보고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SK가 최근 SK그룹 차원의 ESG 전략을 담은 올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그룹에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관심을 모았다.

그 금액은 1조5329억원으로 집계됐다. SK는 지난해 △경제 간접 기여 성과 △환경 성과 △사회 성과 등 3가지 영역에서 각각 1조3878억원, 789억원, 662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총액 기준으로 지난 2020년 1조391억 원보다 약 48% 증가한 것이다.

SK의 보고서를 보면, 자회사들의 ESG 전략과 데이터를 포함, 그룹 차원의 ESG 경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로 만들기 위한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혁신 모델인 △배터리 △클린에너지 △플라스틱 에코시스템 등을 소개한다. 각 혁신 모델에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자회사들이 실행하고 있는 전략과 그룹 차원에서 함께 진행돼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재무 성과는 SK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환경 성과(온실가스 배출, 재생 에너지 소비량, 용수 사용, 폐기물 배출량)와 사회 영역(고용, 장애인 고용, 직원 교육 시간)으로 세분화해 제공한다.

에너지 관련 교육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신(新)에너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내려면 관련 교육을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이 선행돼야 한다"며 "발전사와 기업 등을 위주로 대중적 재생에너지 기반 상생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환경, 고용 등에서 사회적 가치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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