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위치한 더 클라이밋 그룹 본사 전경. |
▲영국 런던에 위치한 더 클라이밋 그룹 본사 내부. |
[런던(영국)=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화석 연료 기반 경제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한 우리의 지지부진한 접근 방식의 재정적, 전략적 결과에 대한 경고입니다. 값싼 화석 연료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 캠페인을 시작한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의 샘 키민스(Sam Kimmins) 에너지 담당 이사는 최근 영국 런던 사무실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이 0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다. 키민스 이사는 "우리는 에너지, 운송, 건설 환경, 중공업과 같은 가장 높은 배출량을 가진 기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크고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업들의 책임을 묻고, 이러한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도록 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작업은 영국 시민의 에너지 소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지만, 탄소중립 세상을 추구함으로써 시민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샘 키민스(Sam Kimmins)클라이밋 그룹 에너지 담당 이사 |
현재 영국은 에너지위기에도 불구하고 녹색요금제의 재원 마련 방법과 재원 관리의 신뢰성(정부, 발전사, 민간이 독립적 기구)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생산량 중 녹색요금 할당량 분배 및 관리 방안 등 제도의 공정성·투명성을 토대로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영국은 G20(주요 20개국)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한 야심찬 국가 중 하나다. 명확한 경로 설정을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전력분야에서 완전히 탈탄소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지난해 전체 발전량의 53%를 차지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 규모 50.1기가와트(GW)로 전 세계 13위이며 현재 52개의 RE100 회원사가 현재 영국 전역에 본부를 두고 있다.
키민스 이사는 RE100에 대해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약속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을 하나로 모으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라며 "우리의 임무는 회원국의 직접 투자와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해 청정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해 100% 재생 가능한 전력산업으로의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이니셔티브에는 세계적으로 380개 이상의 회원사가 있으며, 여기에는 가정용 브랜드부터 중요 인프라 및 중공업 공급업체가 포함된다"면서 "총 매출 6조 6000억 달러가 넘는 우리 회원국은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1.5%를 차지하며, 이들의 연간 전력 수요는 영국 전체 전력사용량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더 클라이밋 그룹 본사 내부. |
◇ "영국 에너지 위기, 화석 연료 기반 경제·지지부진한 재생 에너지전환에 대한 경고"
다만 영국은 지난해 말부터 풍력 발전량 감소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폭염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키민스 이사는 이에 대해 "영국의 에너지 위기는 매우 심각하고 이번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난방하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이 위기의 원인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유가 상승 때문"이라며 "재생에너지 가격은 현재 가스 전력의 가격 약 25% 수준에 불과하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더 많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수록, 전기 생산 비용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 영국의 전기 가격은 가스 가격에 고정돼 있어 소비자들은 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 절감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용 편익이 더 낮은 청구서로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가격 산정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또한 일부 잘못된 보도와 달리 영국에서는 풍력 발전량이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키민스 이사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화석 연료 기반 경제와 재생 에너지 전환에 대한 지지부진한 재정적, 전략적 결과에 대한 경고"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가장 선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G20 국가들은 행동해야 할 책임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며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야심찬 재생에너지 보급목표와 지원 정책을 도입해 탄소중립 추진의 선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남동부 육상 풍력발전 단지. |
◇ "유럽 탄소국경세 도입 추진, 한국도 결국 RE100에 동참해야 제조업 경쟁력 유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CBAM) 도입 추진에 국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는 보다 많은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춘 ‘K-RE100’ 제도를 도입하는 등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려 하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하고 있지만, 높은 가격 때문에 재생 에너지의 확산은 여전히 더디다. 제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RE100을 달성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다.
키민스 이사는 "애플, TSMC, 이케아 등 점점 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거래 기업들의 재생 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결국 한국에서도 RE100을 달성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이제 EU가 아니지만 영국의 입장과 무관하게 EU의 시장규모가 큰 만큼 CBAM은 글로벌 경제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RE100의 회원사들은 연간 390테라와트(TW)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영국에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 "신규 원전, 시간·비용 과다…풍력·태양광이 최상의 선택"
유럽연합은 녹색 분류법에서 원전을 ‘녹색’으로 분류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공급과 확산보다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 생산도 중요한 가치다. 한국도 정부가 바뀐 뒤 원전을 다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클라이밋 그룹은 신규 원전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려 에너지 안보와 탄소 감축에 기여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키민스 이사는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매우 비싼 전력 생산 방식"이라며 "기존의 원자력 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 조합에 역할을 하지만, 우리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위해 20∼30년을 기다릴 수 없다. 원자력발전소 1기 건설(평균)에 14년 이상 걸리고, 풍력·태양광은 2~5년이 걸린다. 옥상 태양광 프로젝트는 6개월 밖에 걸리지 않는다. 풍력 및 태양광은 비용 측면과 배치 속도 면에서 모두 최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역사적으로 에너지 믹스가 시장 주도적으로 구성돼왔다"며 "즉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옵션이 될수록 현재 설치 속도를 고려할 때, 지배적인 에너지 자원이 될 것으로 본다"며 "원자력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을 수 있지만, 높은 비용과 긴 소요시간은 제 역할을 하기까지 상당한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태양광 시장은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받지 않는 성장을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기업에너지부 |
◇ "녹색요금제에 대한 국민 신뢰성 높고 소비자들도 기꺼이 프리미엄 지불"
영국내 모든 전력 판매업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소비자로부터 녹색요금을 받고 있다. 영국 기업에너지부에 따르면 영국은 1990년 중반부터 소수전력회사를 중심으로 녹색요금제를 실시했으나 2000년 전력 소매 시장의 완전 민간 개방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는 다양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2002년 영국 에너지 시장의 독립적 규제기관 ‘Ofgem’(The Office of Gas and Electricity Markets)이 생기면서 녹색요금제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도입됐다. 2009년부터는 녹색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방법, 전력공급사의 가이드라인 등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됐다. 영국은 지난 2015년까지 5년간 소비자에 신재생 전력 목표 실적을 달성했다. 해당 기간 동안 수십만명이 녹색요금제를 사용했고, 이산화탄소 감축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산화탄소 감축이행은 국제 탄소시장과의 거래, 학교·극장 등에서 재생 에너지 활용도를 높여 진행됐다. 현재는 대부분 녹색요금 상품은 탄소 상쇄권과 녹색 기금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에너지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자는 전원 전체 비중 중에서 재생에너지원 비중을 공개하고 인증하는 것을 의무화해 녹색요금을 내는 소비자 본인이 구입한 재생에너지 물량을 정확히 확인 가능하도록 해 제도의 대국민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녹색요금제 관련 활동을 검증하기 위한 감독기관은 정부, 전력판매회사, 독립적 기구와 국가에너지재단을 별도로 구성해 대국민 신뢰성을 위한 독립적 기구를 구성했다. 소비자가 사용하는 신재생 전력이 신재생에너지와 일치하는지 여부, 녹색요금이 친환경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지의 여부, 독립적인 기구들이 지침에 근거해 연례적인 감사를 진행하는지 여부 등 소비자 신뢰성이 최우선이라는 정책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영국 국민들은 영국의 전력판매회사가 제시한 녹색요금에 대해 신뢰성을 가지고 선택하며, 일반요금보다 추가적인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다"며 "전력판매회사는 녹색요금제 가입자가 사용한 전력량만큼 매칭되도록 재생 발전 회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녹색요금은 재생 전력구입과 함께 에너지효율향상사업, 그린펀드 조성, 거래되는 탄소배출 상쇄권 및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에 투자되고 있다. 전력 판매회사는 독립된 기구로부터 신뢰성을 확보하면 녹색에너지공급인증 라벨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마케팅을 수행 할 수 있다.
그는 "즉 영국의 녹색요금은 소비자가 신재생에너지 전력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이므로 일반요금보다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일반요금과 녹색요금의 차이는 해가 지날수록 균등화 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녹색요금은 소비자에게 그린환경이란 중요성과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