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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셀프주유소. (해당 주유소는 기사와 무관)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임 모 씨는 최근 집 인근 셀프주유소에서 주유기 모니터의 ‘가득’을 누르고 기름을 일부만 넣은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주유소에서 실제 기름을 7만원 어치를 넣었는데 영수증 결제 내역의 최종 결제금액이 15만원으로 찍혀 있어서다. 실제 결제돼야 할 금액보다 8만원 초과 지불된 것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셀프주유소에서 얼마 전까지 일했던 권 모 씨는 근무하는 동안 해당 셀프주유소에서 초과 결제됐다며 항의하는 손님들을 상대했다. 권 모 씨는 "셀프주유소에서 실제 주유 금액을 초과해 결제되는 사례가 대체로 하루에 한두 건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에서 결제 오류를 곧바로 바로잡지 못하면 대부분 그 차액은 주유소의 불로소득이 된다"며 "손님이 나중에 결제오류를 발견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런 사례는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오류를 알아차렸더라도 다시 주유소를 찾아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렇게 되면 주유소 입장에서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17일 셀프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주유 대금으로 실제 주유금액보다 초과 결제돼 소비자들이 손해 보는 사례가 빈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기 결제 오류로 ‘가득 주유’와 ‘실제 주유’ 간의 결제 금액 차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오류를 확인하면 주유소측이 바로잡아준다. 문제는 소비자가 현장에서 영수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초과 지불한 금액을 돌려 받기 쉽지 않다.
셀프주유소 이용자들은 대부분 주유 전 소유 차량의 실제 주유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 이런 경우 이용자들은 주유 때 신용카드를 먼저 투입하고 주유기 모니터의 주유량 선택 코너에서 통상 ‘가득 주유’를 누른 뒤 주유한다. 이렇게 되면 주유기는 일단 ‘가득 주유’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금’으로 선 결제한다. 정상적인 주유기 절차라면 해당 차량에 필요한 양의 기름만 넣고 실제 주유량에 해당하는 금액의 후 결제 및 해당 영수증을 발행한 뒤 ‘가득 주유’ 보증금 선 결제를 취소한다. 하지만 주유기 오작동으로 주유 중 주유가 중단되면 보증금 선 결제가 취소되지 않고 ‘가득 주유’ 금액 결제 영수증이 발행되거나 이 영수증조차 발행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당연히 주유금액만 결제됐거니 하고 영수증을 확인하지 않은 채 무심히 지나쳤다고 손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셀프주유소에서 가득 채움으로 기름을 넣을 때 초과 결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결제 중간에 오류가 나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가득 주유 결제 과정은 보증금 선 결제→주유→실제 주유 금액 결제→보증금 취소로 진행된다. 가득 채움을 선택하면 보증금 명목으로 15만원을 선 결제한다. 이후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8만원이 들었다면 8만원 만 후 결제하고 보증금 15만원 선 결제는 자동 취소된다. 셀프주유의 경우 소비자 혼자 결제하는 만큼 미결제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주유 전 ‘가득 주유’ 해당 보증금을 선 결제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보증금을 선 결제하고 실제 주유 금액을 결제할 때 카드 한도 초과나 잔액 부족으로 실제 주유 금액을 결제하지 못할 때다. 만약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15만원을 결제한 채로 결제 과정이 끝나게 된다.
카드 잔액이 20만원이 남았는데 15만원 보증금을 내면 5만원 만 남으니 8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오류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카드 한도 초과 뿐만 아니라 기기 고장의 이유로 주유가 가득 채움에 필요한 만큼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제 주유 금액이 제대로 결제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됐다.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 고속도로 셀프주유소 결제 오류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셀프주유소 결제 오류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만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총 22억9000만원의 초과 결제가 발생했다. 실제 모든 셀프주유소의 피해 사례를 종합하면 초과 결제 금액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됐다.
도로공사가 지난해 국토위 국감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5년간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주유소 결제오류 금액은 △2017년 5억3800만원 △2018년 5억7700만원 △2019년 5억4400만원 △2020년 4억2000만원 △2021년 상반기 2억1100만원이다.
셀프주유소 업계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당장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셀프주유소 기기와 단말기 시스템을 바꿔야 하지만 영세 주유소업자엔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잘못된 결제를 되돌려주지 않거나 하면 주유소가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런 오류는 결제시스템에 관련된 부분으로 주유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결제시스템을 바꿔야 하는 방법 밖에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권 모 씨는 결국 결제 오류를 현장에서 바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득 주유할 때 영수증을 발급을 신청하면 중간에 실제 주유 금액이 결제되지 않을 때 신호음이 울린다"며 "이때 현장에 있는 직원이 이를 인지하고 결제오류를 처리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영수증을 발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신호음이 울리지 않을 수 있다"며 "영수증 미 발급 시에도 결제 오류가 생기면 신호음이 울리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