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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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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에도 잘 버티는 신흥국 환율…‘선진국=안전’ 공식은 옛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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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는 선진국들에 비해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받고 있다.

달러 강세로 멕시코나 브라질 등의 신흥국 통화가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준(準)기축통화에 해당되는 엔화나 유로화 등을 아웃퍼폼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 통화가 안전한 피난처라는 위상은 이제 옛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달러화의 기록적인 상승랠리는 전 세계 통화를 파멸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며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달러대비 신흥국 환율 가치가 선진국들에 비해 절반밖에 빠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6월초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들의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2.5% 하락한 반면 선진국들의 통화가치는 7.4% 가량 급감했다. 브라질 등은 원자재 강국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으로 환율 방어가 어느정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이 빠지기 시작했음에도 신흥국 환율은 주요 7개국(G7)의 통화를 2% 가량 아웃퍼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신흥국 통화 23개 모두가 일본 엔화를, 21개는 영국 파운드, 19개는 유로화를 아웃퍼폼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를 살펴보면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 지수는 지금까지 7% 가량 빠졌지만 달러 인덱스를 역방향으로 추적해보면 하락률은 15%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씨티그룹의 더크 윌러 신흥국 전략 총괄은 "지난 몇 달 동안 원자재 가격은 올해 초 수준에서 역전되었지만 신흥국 환율은 여전히 유로존이나 주요 10개국(G10)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머리를 긁적일 정도로 의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빨리 올린 데 이어 금리 수준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를 웃돌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인데 신흥국 중 금리가 가장 낮은 인도네시아에선 금리가 4.25%이다. 브라질에선 기준금리가 무려 13.75%까지 오른 상황이고 멕시코에선 9.25%로 기준금리 10%대를 앞두고 있다. 콜롬비아, 헝가리, 칠레 등의 금리는 10%대를 웃돌고 있고 인도(5.9%), 남아프리카(6.25%), 페루(6.75%) 등도 미국보다 월등히 높다.

콜롬비아 쓰레드니들 인베스트먼트의 린 징 리옹 금리 전략가는 "2021년 중순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던 일부 신흥국들이 이제 보상을 받고 있는 모습"이라며 "선제적인 대응이 어떻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멕시코나 브라질에선 실질금리가 플러스(+) 수준이기 때문에 아웃퍼폼하는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권에선 일찌감치 신흥국 환율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통화긴축 등에 따른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공통사항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신흥국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모건스탠리는 특히 브라질 리알과 멕시코 페소를 지목하면서 비중확대에 나섰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세계가 각종 위기에 처해있자 선진국들의 통화가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JP모건은 G7 통화에서 변동성이 2020년 3월 이후 신흥국을 처음으로 웃돌았다고 밝혔다.

RBC캐피털마켓의 알빈 탠 아시아 환율 전략 총괄은 "유럽의 거시경제 문제, 일본의 엇갈린 통화정책은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화나 엔화 등의 환율 퍼포먼스가 낮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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