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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LNG운반선(좌),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우) |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올해 하반기 산업계에 ‘빅딜’ 바람이 불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일진머티리얼즈 등 일부 대형 매물들은 일찌감치 한화그룹과 롯데케미칼에 안겼다.
여기에 정부가 HMM(옛 현대상선)의 민영화 계획을 공식화하며 조만간 HMM도 M&A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항간에선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역시 대우조선, HMM 등과 비슷한 이유로 M&A 시장에 등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자연스럽게 인수 후보군들도 언급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불고 있거나 나타날 기업들의 M&A 행보에 기대와 우려의 시각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미래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로 이해하면서도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에 ‘공격적인 투자가 타당한가’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화학계열사 롯데케미칼 100% 종속회사 롯데 배터리 머티리얼즈 USA(LBM)는 지난 11일 2차 전지 핵심소재인 동박 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잔금 지급 후 2023년 2월 최종 지분을 취득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번 인수로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 연 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조기 달성하고 그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화그룹도 지난달 대우조선해양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 지분 49.3%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 입찰과 실사, 해지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또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는 향후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기본합의서에 함께 서명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하며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을 비롯해 한화에너지의 자회사 3곳(1000억원) 등 모두 6개 계열사가 대우조선 유상증자에 참여할 방침이다.
KAI 매물 등장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유력 매각 후보자는 방산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 한화다. 양사는 인수 가능성을 부인을 하고 있으나 설(說)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불필요한 자산 처분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터라, 한국수출입은행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KAI 역시 정부 의지에 좌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HMM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러 인수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유력 기업으로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물류 부문 육성 계획을 나타낸 포스코그룹과 종합물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 SM그룹 등이다.
재계는 산업계에 부는 빅딜 바람이 독이 될지, 혹은 약이 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미래 전략 사업 강화와 관련 부문 선점을 위해선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의한다"면서 "다만 지금같이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실적 저하가 염려되는 상황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경우 그룹 전체가 힘들어 질 수도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당장 평가하긴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지금의 투자가 훗날 더 큰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청사진을 그려둔다"며 "현재의 투자가 미래 어떤 결과로 다가올 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