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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하시는 것 아닙니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출석했던 2018년 국정감사장 풍경이다. 백 대표는 이날 그 자리에서 자신의 프랜차이즈 사업이 소상공인들의 상권을 침해한다는 의원들의 면박에 "골목상권이랑 먹자골목을 헷갈리시는 게 정말 큰 문제"라며 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지적했다.
올해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국감이 펼쳐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어김없이 앞뒤 문맥 정황은 무시한 채 A4 용지에 적힌 문자에만 집착하며 기업이나 특정 인물 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여부를 따져 묻기 보단, 질책을 넘어선 호통, 면박이 기본이다. 업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
일례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발언이 있다. 최 회장은 태풍 ‘힌남노’ 북상 당시 포항제철소 가동을 중단했다고 말했고, 여당에선 이 발언이 거짓이었다며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전력의 자료만 보면 최 회장의 증언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엔 제철소에 대한 이해, 포스코의 전력 사용량 비중 등 관련 지식이 깔려 있지 않다.
포스코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의 80%를 자체 생산해 사용하고 있다. 포스코에 따르면 6일 새벽 전력 사용량의 경우 한전으로부터 들어오는 20% 정도는 유지한 채 80%를 차지하는 자가발전량은 대폭 줄였다. 그 결과 시간대별 전력사용량은 평소 대비 50% 이상 감소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전력 완전 차단을 하지 않았느냐에 질문이 나올 것이다. 이건 제강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제철소 전 라인의 가동 중단을 위해선 고로 기반의 연속 공정 특성상 제선부터 시작, 제강, 압연라인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즉, 고로 휴풍 작업에만 최소 10시간 이상 소요되는 셈. 또한 고로냉각수 펌프나 배수펌프, 조명 등 설비보호를 위한 최소 운영 전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포스코는 이 최소 운영 전력을 사용한 셈이다.
CJ제일제당 등 식품업계도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수입산 쌀 사용을 두고 따져 묻는 통에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이들은 비축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냉동밥류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자 수입 쌀을 사용했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쌀가공협회에서도 기업 등에 ‘정부미가 부족하니 대체원료 물색을 권장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국감이 의원들의 존재감 드러내기 또는 지지율 높이기에 적합한 무대일 것이다. 다만, 업에 대한 이해도 등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 때리기는 결국 국민과 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업 때리기에 나서기 전,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