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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하기 며칠 전 미국 정부 관리들은 사우디와 주요 산유국 카운터파트들에 전화를 돌려 ‘다음 회의로 감산 결정을 미뤄달라’는 긴급 요청을 전달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사우디 등이 ‘결코 안 된다(No)’고 단호하게 답변했다고 전했다.
내부적으로는 사우디의 동맹들조차 대규모 감산이 경기침체를 촉발해 오히려 원유 수요가 약화할 것이라며 사우디의 감산 추진에 반발했으나, OPEC+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감산 결정에 동의했다. 사실상 사우디가 이번 대규모 감산을 주도하게 된 셈이다. 심지어 사우디 정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정치적 책략’ 차원에서 감산 연기를 압박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미국은 또 사우디가 우려하는 국제유가 하락을 고려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까지 하락할 경우 자국 전략비축유를 채워넣기 위해 대규모 원유 구매까지 약속했지만 이 제안 또한 사우디가 거부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70년 넘게 안보와 석유를 교환하며 동맹관계를 유지해왔지만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이후 관계가 악화될 조짐을 보였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편을 들어주면서 사우디와의 관계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암살의 배후로 왕세자를 지목해왔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급속도로 경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자신의 상대는 사우디 국왕이라며 빈 살만 왕세자를 무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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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사진=AP/연합) |
오히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한 사우디 왕가와의 개인적 대화 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빈 살만 왕세자가 분노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지난 8월 하루 50만 배럴 증산을 계획하던 사우디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후 무함마드 왕세자의 지시에 따라 증산 폭을 하루 10만 배럴로 대폭 낮췄다고 사우디 정부 소식통이 전했다.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가 사우디 에너지장관인 압둘라지즈 빈 살만 왕세자에게 ‘약속을 어겼다’는 항의 메일을 보내자, 격분한 압둘라지즈 왕자가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석유 정책’을 구축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었던 사우디가 최근들어 미국의 요청들을 잇따라 거부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러시아와 한 짓에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할 때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관도 같은날 CNN 방송에 출연, "대통령이 이(사우디와의) 관계는 재평가를 지속할 필요가 있는 관계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했다고 본다"며 "OPEC의 이번 결정으로 대통령이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는 사우디에 대한 1억 달러 상당의 무기 판매 등 협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치권 일각에선 사우디가 노골적으로 러시아의 편을 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전쟁에 맞춰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기로 한 지난 주 감산 결정은 미국인의 이익과 반대"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열리는 사우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포럼 참석 취소도 검토 중이라고 미 정부 관리들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