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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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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역대급 감산’에 美, 어떻게 대응할까…연준 긴축강화 가능성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06 11:24
OIL-OPEC/MEETING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역대급 감산’에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가격 안정화’가 절실한 미국에서 어떤 대응이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정책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OPEC+는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면으로 회의를 열고 11월 산유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유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OPEC+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규모로 감산에 나섰다.

이번 감산 합의안은 시장에 큰 변화가 따르지 않는 한 내년 말까지 지속된다고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OPEC+ 산유국들이 그동안 할당량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실제로 사라지는 공급물량은 발표된 내용보다 더 적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OPEC+의 8월 원유 생샨량은 목표치 대비 하루 360만 배럴 밑돌았다.

블룸버그는 자체 집계한 9월 원유 생산량을 기준으로, 산유국들의 실제 감산량은 하루 88만 배럴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는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RBC캐피털마켓은 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가 자발적인 추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부터 합의된 내용보다 더 큰 감산을 여러차례 단행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국제유가는 상승 마감했다.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43% 올랐고 12월물 브렌트유는 1.71% 상승했다. WTI의 경우 3거래일간 10.4% 급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OPEC+의 감산 결정 이후 4분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11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보면 앞으로 20% 가까이 상승 여력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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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빈에서 열린 OPEC+ 대면 회의(사진=EPA/연합)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으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경우,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기 위해선 유가하락이 필수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때 고공 행진하던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은 점을 주요 업적의 하나로 자평해왔다.

백악관은 OPEC+의 감산 결정에 성명을 내고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고 있는 와중에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대통령은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번 발표를 통해 OPEC+는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응도 예고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를 직접 방문했지만 사우디는 결국 미국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이날 회의에 앞서 OPEC이 감산을 강행하지 않도록 미국이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지속적으로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정부는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과 권한에 대해서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백악관이 ‘석유 생산·수출 카르텔 금지(NOPEC)’ 법을 지지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법안은 유가 담합에 참여한 국가들에 주권 면책특권을 제거하고 반독점법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회원국의 미국 내 자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씨티그룹도 "전략비축유 추가 방출, NOPEC 법안 추진 등의 반응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연준 차원에서 대응이 나올 가능성도 언급했다. 삭소방크의 올 한센 원자재 전략 총괄은 "감산 결정은 미국을 자극시킬 리스크가 있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기 때문에 연준이 통화긴축을 더 오래할 가능성으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달러화와 미 국채 수익률은 강세를 이어가고 경기가 회복기로 전환하는데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OPEC+의 감산 결정은 경기둔화로부터 방어하겠다는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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